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
"한국인에게는 남다른 학습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2년 전부터 테니스코트에서 함께 운동을 해온 유럽 출신 외교관이 내게 한 말이다. 아침 일찍 조찬세미나에 참석하고 저녁엔 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의를 듣고 그 뒤엔 어김없이 네트워킹 술자리까지 소화하는 한국 기업 임원들의 일상을 보며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필자가 한국산업은행 뉴욕지점 주재원으로 일하던 2018년 뉴욕에서 테니스 동호회를 통해 만난 교포 친구들과 독서토론 모임을 꾸린 적이 있다. 철학 전공의 IT회사 직원, 의대에서 의료통계학을 강의하는 교수, 호주에서 이민 온 직장인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모였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부터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까지 두루 읽고 토론한 시간은 외국 생활의 고립감을 덜어줬고 '배움'은 단순한 지식축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자신을 확장해주는 삶의 기술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한국인의 '배움에 대한 갈증'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필자 역시 책 읽기를 좋아하고 가능하면 여러 가지 강연을 챙겨 들으려 애쓴다. 직원교육에 진심인 회사 덕분에 매달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리는 북콘서트에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한다. 아침 7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은 늘 100명 가까운 수강생으로 가득 차고 개중에는 진지한 눈빛의 60대, 70대 시니어도 적지 않다. 정말로 평생학습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다.
지금은 평생학습이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 된 시대다. 2025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동시에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기존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과 직무가 쏟아진다. 평균수명 90세 시대, 50세에 배움을 멈춘다면 남은 40년은 과연 어떻게 살아갈까.
그런데도 우리나라 성인의 학습 참여율은 여전히 낮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5~64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9.4%로 OECD 평균인 49.1%에 못 미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참여율은 10% 안팎으로 사실상 배움의 기회에서 소외돼 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인생의 문은 다시 열린다. 직업을 바꾸고 싶을 때,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할 때, 또는 단순히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싶을 때 우리는 새로운 배움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생학습은 단지 직업을 위한 재교육이 아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아무리 멀리 떨어진 미래라도 결국은 우리가 오늘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배움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최소한의 도구다.
70대 프로그래머, 80대 유튜버가 등장한 시대에 배움은 더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시니어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지역사회에서 멘토로 활동하며 각종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 제2의 삶을 개척해간다. 고집 센 연장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인생을 즐기는 멋있고 존경받는 시니어들이 나오고 있다.
근대화와 자본주의 경험이 짧은 탓인지 서구에 비해 아직도 우리는 노년층의 지혜와 경륜을 제대로 전승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제 변화가 시작됐고 적극적인 시니어들이 변화의 주역이 돼야 한다. 평생학습을 통해 다른 세대와의 교류와 공감을 넓히고 지식이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미래사회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요즘 인생 후반전을 보낼 공간을 조심스럽게 탐색 중이다.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고 지하철역이 가까운 동네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근처에 조그만 도서관이나 평생교육원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경제적인 사치를 누릴 만한 처지는 아니지만 지적인 사치를 누릴 수 있는 동네를 찾고 있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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