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한동훈 "더 많이 만나고 듣겠다…현장에서 정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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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5.04.10.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8·22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당내 환경이 당장 조성되기 어렵다'는 주변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이후 보수 진영과 자신의 정치적 저변을 넓히는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 전 대표는 24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8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많은 동료 시민, 당원과 함께 정치를 쇄신하고 우리 당(국민의힘)을 재건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주인인 당원을 속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을 실망시키는 기득권 다툼 대신, 현장에서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택한 건 당대표로 선출돼도 당 운영의 키를 잡고 가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이유가 크다. 6·3 대선 패배 이후에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이 여전히 당내 주류로 굳건하기 때문이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다시 당대표로 돌아와도 팔짱 끼고 있을 사람들이 대다수다. 당이 처한 상황이 (한동훈이) 대표가 된다 한들 쉽게 바뀔 수 있는 구조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는지 여부는 당을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며 "(지금 상황은) 한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된들 혁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심(책임당원 투표) 80%·민심(일반 국민 여론조사) 20%의 국민의힘 당대표 본경선룰이 이번 전당대회에도 그대로 적용된 점도 불출마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당원 표심이 당대표 선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 전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룰이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16.2%),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5.1%)를 이어 13.8%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6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도 한 전 대표 지지율은 20.1%, 김 전 장관은 33.7%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2%P. 응답률 3.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밖에도 당대표가 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는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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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광주 동구 창업지원센터에 위치한 서남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후 기자들에게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5.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지난해 총선 패배 직후에도 전당대회에 나와 당대표로 선출된 선례가 있는 데다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SNS 등을 통해 소통하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상을 벗어나 불출마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선 결국 한 전 대표의 달라진 모습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6·3 대선 이후 한 전 대표는 원내와 원외, 계파 등을 가리지 않고 보수 진영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경청해왔다. 지난달 10일에는 친윤(친윤석열)계 최대 외곽 조직으로 불리는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이영수 회장과도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 전 대표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만나 보수 정치 미래에 대해 논하는 등 적극 소통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한 전 대표는 당대표 선거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도 달라졌다. 이번에 불출마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우세하지 않았냐"며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경험을 쌓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앞으로 보수 진영 미래를 모색하는 데 낫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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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시민,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4.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한 전 대표가 중앙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는 당분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한 전 대표는 민생 현장 등에 집중하며 자신의 정치적 저변을 확장하는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전 대표의 향후 행보는 아직 정해놓은 것이 없다"면서도 "당원도 모집하고 강연도 나서고 여러 활동을 하다 보면 저변은 점점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그사이 생각이 비슷한 미래 지도자감들이 있다면 함께 연대하고 당 구조를 바꿔가는 데에도 힘을 모을 수 있지 않느냐. 일상적인 정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도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한 전 대표가 활동하진 않을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밀어줄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정치는 '윤어게인'이 아니라, 보수가 다시 당당하고 자랑스러워지도록 바로 세우는 '보수어게인'"이라며 "풀뿌리 민심과 당심이 제대로 움직여야만 보수정치의 체질 개선과 재건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더 배우고 더 성장하는 길도 결국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아울러 "더 많은 동료 시민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짜 보수의 정신을 전하겠다. 과거를 성찰하고 개혁의 길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은 포용하고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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