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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조작’ 꾸며낸 검찰의 꼬리 자르기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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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6일 김수현(왼쪽)·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통계조작 의혹 사건’ 공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6일 김수현(왼쪽)·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통계조작 의혹 사건’ 공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정수|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2025년 7월16일은 검찰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순간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검찰은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병만) 심리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공소장 내용 중 주택가격 변동률의 ‘조작’을 ‘수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검찰 쪽 증인인 부동산원 간부가 “당시 청와대의 직접적인 조작 지시가 없었다”고 거듭 밝힌 직후였다. ‘문 정부의 통계 조작’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검찰이 스스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다. 취재 차 방청석에 있었던 기자는 이 역사적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14일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을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의 보도자료 제목은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결과’였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부동산원에 압력을 넣어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125회에 걸쳐 하향 조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조작’이라는 말만 버리면, 이런 과거가 덮어질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꼬리 자르기’는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 3월 말 이후 다섯 차례 재판에서 증인 신문을 통해 통계조작 의혹 사건이 왜곡·과장된 게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윗선의 조작 지시가 없었다는 증언이 결정타이지만, 다른 중요한 증거도 쏟아졌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주간 단위 주택가격 변동률 ‘확정치’와 별개로 주중 가격 변동률을 보여주는 ‘주중치’, 확정치 발표 전에 즉시 보고하는 ‘속보치’를 추가 보고하도록 했는데, 검찰은 주중치와 속보치 조작 혐의를 통계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부동산원 증인은 일관되게 “통계 조작은 없었다”며 “주중치는 통계법상 통계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통계법 제27조는 통계작성기관이 통계를 지체없이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속한 시장상황 파악과 정책 참고 목적으로 외부공표 없이 내부용으로 작성한 자료가 공식통계와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다. 속보치의 성격도 주중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검찰이 범죄일람표에 나열한 90여개의 법위반 행위 가운데 대부분이 기소 근거를 잃었다.



둘째, 검찰은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원에 조작을 지시해 변동률을 낮췄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부동산원 증인은 현장 조사원이 입력한 표본주택의 변동률을 본사에서 사후적으로 적정성을 검증해 수정하는 것은 내부규정에 근거한 정상업무라고 강조했다. 더 결정적인 것은 수정 과정에서 변동률을 낮춘 것보다 오히려 높이거나 그대로 둔 게 2~3배 많다는 점이다. 셋째, 검찰 기소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기반했다. 감사원은 구체적 물증 없이 주로 관련자 진술에 의존했는데, 처음부터 조작이라는 결론을 내려 놓고, 사실상 짜 맞추기식 회유·강압·협박조사를 벌인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부동산원 직원들이 ‘조작’을 인정할 때까지 공식 감사기간도 무시하며 2~3일 간격으로 수십 차례나 불러 압박하고, 새벽 3~4시까지 밤샘조사를 벌인 것은 일부 사례일 뿐이다. 오죽하면 부동산원 직원들이 “감사원이 소설을 쓴다”고 탄식했겠나? 이 모든 내용이 검찰이 제출한 부동산원 직원의 휴대전화 녹취록 등에서 확인됐으니 부정할 수도 없다. 고문·구타만 안했을 뿐이지 과거 독재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간첩·내란음모, 반국가단체 등 다수의 공안사건을 조작·날조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부동산과 함께 기소된 소득과 고용 통계조작 의혹도 엉터리다. 애초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가계소득과 소득분배가 감소·악화하자 통계를 조작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의 기소는 홍장표 전 경제수석에 그쳤다. 사건을 아무리 키우려 해도 무리였던 것이다. 적용 혐의도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기초자료를 외부에 제공한 것이다. 정책 수립에 참고할 목적으로 국책연구기관에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한 게 그렇게 중죄인가? 처음부터 사건을 과장·왜곡한 것이다. 검찰은 2019년 10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새 80만명 이상 급증하자 정책 실패가 아닌 새로운 통계조사 방식 때문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왜곡하도록 지시했다고 기소했다. 비정규직의 갑작스런 급증이 국제노동기구(ILO)가 권유한 새로운 조사방식 때문이라는 점은 웬만한 기자들도 아는 상식이다. 조사방식 변경 때문에 비정규직이 급증했다면, 통계 착시를 막기 위해 이를 적시하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이를 소홀히했다면, 질책 받을 일 아닌가?



윤석열 정권과 검찰, 감사원이 이런 국민 기망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에서 언론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대다수 보수언론은 검찰과 감사원 발표 때마다 받아쓰기를 하며, ‘국기문란’ ‘국정농단’ ‘대국민 사기극’ 등 자극적 표현을 총동원했다. 사실 확인과 검증이라는 언론의 기본 책임은 철저히 망각한 채 국민의 눈을 가리는데 앞장섰다. 지난 3월 이후 재판이 본격화하면서 검찰과 감사원의 국민 기망 행위가 속속 드러난 이후에도 철저히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과 검찰, 감사원은 엉터리 통계조작 의혹 사건으로 국민을 기망하고,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며, 민주주의 후퇴를 자행했다. 문재인 정부를 임기 내내 국민의 눈을 속인 파렴치한 정권으로 매도함으로써 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부각시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었다. 감사원의 2023년 9월 중간 감사결과 발표와 검찰의 2024년 3월 수사결과 발표는 모두 2024년 4·10 총선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통계에 기반한 주요 경제지표의 신뢰 상실은 물론 정부 불신과 경제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국민과 국가경제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는 위험한 불장난이었다. 검찰이 이제 와서 공소장 수정이라는 말 한마디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인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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