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애지중지… ‘리얼 베이비돌’에 빠진 사람들

브라질의 리얼 베이비돌./AFP 연합뉴스

미국 여성 켈리 메이플(23)은 고급 유모차를 끌며 쇼핑몰에 들어선다. 카시트에서 조심스레 꺼낸 아기를 유모차에 눕히고, 미소를 띤 채 아기 옷을 고른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흔한 엄마와 딸의 일상이라 생각하지만, 이 장면의 ‘진실’을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켈리가 품에 안은 ‘딸’ 나오미는 살아 있는 아기가 아니라, 실물 크기로 정교하게 제작된 실리콘 인형이다. ‘리얼 베이비돌’이다. 메이플은 구독자 수 200만명을 보유한 리얼 베이비돌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리얼베이비돌 박람회장 분위기를 보도하며 가상 육아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리얼 베이비돌에 대한 열풍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인형 한 개 가격이 8000달러(약 1100만원)를 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1년 넘게 돈을 모아 인형을 구매한다. 이들은 인형에 옷을 입히고, 먹이고, 재우며 실제 아기처럼 대하며 ‘가상 육아’를 즐긴다. 일부는 수십 개의 인형을 보관하기 위해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도 한다.

리얼 베이비돌은 전적으로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인형을 제작하는 장인들은 복숭아빛 피부 아래 연푸른 혈관이 비치도록 세심하게 색을 입히고, 인형 머리에는 염소나 알파카 털을 한 가닥씩 심어 실제 아기와 유사한 질감을 구현한다.

하지만 리얼 베이비돌이 ‘소름 끼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브라질에서는 공공장소에 리얼 베이비돌을 데리고 나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토끼 귀가 달린 아기나 인어 형태의 ‘판타지 베이비돌’까지 등장해 기존 커뮤니티 안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리얼 베이비돌에 빠져든 사람들은 이 인형이 정신적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유산을 경험했거나 아이를 잃은 여성뿐 아니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매, 자폐증 등을 앓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산 사실을 공개한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리얼 베이비돌을 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리얼 베이비돌 제작자 중 한 명인 영국인 존스톤은 이 인형을 모두가 좋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리얼 베이비돌은 영국에서 ‘국민 잼’이라 불리지만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마마이트 같다”며 “싫어하든 좋아하든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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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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