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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비싸 못 먹던 갈치 샀어요"...소비 쿠폰에 시장 공기 따뜻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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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서울 서대문 전통 시장 가보니>
동사무소 '오픈런' 받은 쿠폰 "밥 차리는 데 써"
23일 0시 기준 신청자는 1,428만6,084명
전 국민 28.23% 신청해 2조5,860억원 지급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 매출 20% 늘어"
편의점선 쌀·잡곡 등 주력 아닌 상품 매출 증가
"학원비 우선" 학부모들, "먹거리에도 쓸 것"


23일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의 생선가게에서 한 시민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공주=박경담 기자

23일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의 생선가게에서 한 시민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공주=박경담 기자


23일 오전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에 장 보러 온 김모(85)씨는 생선 가게에서 동태와 오징어젓갈 2만3,000원어치를 고른 뒤 옆으로 멘 작은 가방에서 플라스틱 카드를 꺼냈다. 전날(22일) 집 근처 옥룡동 행정복지센터에 오전 8시 30분에 찾아가 '오픈런'(문 열기 전 줄서기)을 해서 받은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다. 그와 함께 줄 섰던 어르신들은 "(전통)시장 가면 좋다"는 등 '고급 정보'를 공유했다고 한다. 그는 대형마트에선 쓸 수 없다는 동사무소 직원 설명을 듣고 시장에 왔다.

20만 원이 들어있는 소비쿠폰으로 값을 치른 김씨는 "남은 돈도 밥 차리는 데 써야죠"라고 웃으며 정육점으로 향했다. 김씨에게 동태 등을 판 상인 신모(66)씨는 전날에도 소비쿠폰으로 결제한다는 단골 손님을 세 명 봤다. 두 명은 다른 생선보다 비싸 자주 찾지 않던 갈치를 사갔다. 신씨는 "이제 시작"이라면서도 "장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불황,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때문에 소비 심리가 위축돼 힘겨워하던 자영업자들은 이재명 정부가 내수 진작 등을 위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소비쿠폰으로 소비가 다시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1, 22일 이틀 동안 소비쿠폰 신청자는 1,428만6,084명이었다. 지급 대상인 5,060만7,067명의 28.23%가 신청해 2조5,860억 원을 받았다. 1인당 기본 15만 원에 거주 지역과 한부모가족·차상위계층 해당 여부 등에 따라 45만 원까지 받는다.

21일부터 전 국민 대상 지급 시작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영천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한중희(64)씨는 "어르신 몇 분이 소비쿠폰으로 복숭아를 사갔다"며 "일주일쯤 지나면 매출이 좀 늘 것 같다"고 기대했다. 30년 가까이 정육점을 운영 중인 하도수(60)씨도 밝은 표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재난지원금 나오고 나서 매출이 20%정도 늘었다면서 "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매니저 최모(49)씨는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점포라는 걸 알리는 포스터를 열심히 나눠줬다. 그는 "며칠 전부터 여러 상인들이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많이 물었다"며 "몇 명이 쿠폰을 썼는지 비교하며 즐거운 신경전도 벌였다"고 전했다.


편의점업계도 소비쿠폰 예의주시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 둘째 날인 22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 둘째 날인 22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편의점 업계도 소비쿠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세븐일레븐은 화요일(22일) 매출이 1주일 전과 비교해 늘어났다. 특히 패션(30%), 쌀과 잡곡(130%), 뷰티 상품(20%) 등 평소 편의점 주력 분야가 아닌 상품 매출이 증가한 점이 특이했다. 파우치음료(60%)나 아이스크림(50%) 등 여름철 인기 상품과 음료와 과일, 맥주도 각각 30% 매출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사례를 보면 평소 인기 상품이 아닌 것들이 잘 팔린 건 소비쿠폰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가 인근에선 식당이나 커피전문점 가맹점, 그리고 피트니스 센터 등도 소비쿠폰을 쓸 수 있는다는 걸 열심히 홍보했다. 한 피트니스 센터 관계자는 "소비쿠폰 받고 나서 등록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 걸 보니 당분간 회원이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50대 이모씨는 "소비쿠폰 받은 걸로 쏜다는 손님을 보니 반가웠다"면서 "아무래도 휴가철엔 손님이 주는데 소비쿠폰 덕에 올여름 매출은 좋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손모(45)씨는 "애들 학원비에 먼저 쓸 생각"이라면서도 "물론 아이들과 맛있는 음식도 사 먹어야죠"라고 말했다.


공주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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