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과 정성스런 손글씨… ‘그 사람’이 또 다녀갔다

23일 경남 사랑의열매 사무실 앞에 놓여 있던 상자 속 기부 물품. 국화꽃 한 송이, 손글씨로 쓴 편지, 현금 500만 원이 담긴 봉투가 함께 발견됐다.

물폭탄이 할퀴고 간 자리에 또 한 번 ‘익명의 기부 천사’가 조용히 다녀갔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3일 “전날 경남 사무실 앞에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상자 안에는 집중호우 희생자를 기리는 국화꽃 한 송이, 직접 쓴 손 편지, 그리고 현금 500만원이 담긴 봉투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재민들께 위로를 전하고 싶다”며 “작은 금액이지만 복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문장이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사랑의열매는 손글씨와 기부 방식 등을 통해, 이 기부자가 2017년부터 전국 각지 재해·사고 현장에 익명으로 거액의 성금을 전해온 인물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 강원·경북 산불, 튀르키예 지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등 참사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사랑의열매를 찾았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금액은 약 6억9천만원에 이른다.

강기철 경남 사랑의열매 회장은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지만 아픔이 있을 때마다 조용히 손을 내미는 그분의 진심은 큰 울림이 된다”며 “소중한 마음을 담아 피해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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