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韓日, 2024년 600억달러 이상 대미무역 흑자…"일본 보라는 식의 요구 있을 듯, 조선업 등 활용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자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AP=뉴시스 |
일본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은 이재명 정부에 정치적 부담인 동시에 협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결과로 평가된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의 높은 협상 성과가 우리 정부 입장에선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론 미국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본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예고했던 25%에서 10%포인트(P) 낮아진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60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미국의 자동차와 농산물 등 수입하기 위해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추후 한미 협상에서 일본의 전략을 참고해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은 물론 일본이 활용하지 못한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 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투자를 약속한 점을 부각시키면서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이 미국에 약 760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것처럼 우리도 알래스카 가스관 개발 투자 등을 비롯해 반도체·자동차·조선업 투자 예정 금액들을 합산해 미국 측에 대규모 대미 투자국인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펜실베이니아주 방문을 위해 출발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일 협상을 통해 일본의 투자가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 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도 강조했다. 이번 협상이 내년 중간선거(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의 중간 시점에 이뤄지는 총선)를 앞두고 자국 내 유권자를 일부 겨냥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중간선거를 앞두고 농민 등의 표를 얻고자 할 것"이라며 "우리도 (일본처럼) 농산물 시장 개방을 전면적으로 하기 어렵더라도 미국 측의 (쌀) 수입 쿼터를 조금 늘려주는 게 현실적으로는 좋은 카드일 것"이라고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라는 협상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일 협상이 이재명 정부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품목 관세를 절반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우리가 일본 수준으로 관세율을 낮추지 못하면 미국 시장 내 경쟁력 하락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다.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 사진=뉴스1 |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은 정상회담 등 9번의 관세 협상이 있었고 미국에 이례적인 강경 메시지를 내면서 협상에 임했다"며 "반면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도 안 됐고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에 동참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 협상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2기는 한국에 '일본을 보라'는 식의 논리로 한국 내 시장 개방을 더욱 거세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일본의 협상 결과는 우리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일본이 15%를 받은 것처럼 우리 정부도 최소한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15%의 관세를 못 받으면 아무리 협상을 잘해도 (결과적으로) 못했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미국에겐 일본만큼 (내줘야 한다는) 그런 부담도 생겼다고 본다"고 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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