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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AI기술 그냥 쓰세요"…국과수 보이스피싱 분석 효율 16배↑

머니투데이 황국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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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남인 실장(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지털과 AI기술개발연구실)
LG유플러스, '익시오' 핵심 STT 알고리즘·가명처리 솔루션·'딥보이스' 탐지 시스템 무상 제공

박남인 실장(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지털과 AI기술개발연구실) / 사진제공=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남인 실장(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지털과 AI기술개발연구실) / 사진제공=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우리 의원님이 비싼 특정 와인만 드세요. 그것도 주문해주세요."

국회의원 보좌관을 사칭한 사람이 식당에 전화해 30명분 회식을 예약하며 한 와인 가게 전화번호를 건넨다. 식당 사장은 와인 가게에 연락해 수백 만원어치의 와인을 주문하고 돈도 입금한다. 예약 시간이 지나도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고 주문한 와인도 소식이 없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짜고 식당 주인을 속인 것이다.

지난 9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보이스피싱범과 피해자의 통화내역을 녹음한 파일들 중에서 확인된 정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지털과 AI기술개발연구실의 박남인 실장은 2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관 가족도, 국과수 가족도 당할 정도로 보이스피싱이 교묘해졌다"며 "2016년부터 보이스피싱범의 통화녹음 파일을 분석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데이터 추출 작업을 해왔다"고 했다.

국과수가 보이스피싱범과 피해자의 통화 파일을 모은 것은 2016년부터다. 당시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통화 녹음 내역을 제공했는데 금감원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국과수에 손을 내밀었다. 이후 경찰청을 통해서도 보이스피싱범의 통화내역이 모였다. 이렇게 지난해 10월까지 국과수에 약 9년간 모인 데이터가 2만5000여건에 달한다.

박 실장은 이 음성 파일에서 피해자 목소리를 제거하고 남는 범인의 목소리를 다룬다. 여기서 성문(聲紋, 음성 지문)을 추출해 이를 DB(데이터베이스)화해서 저장해둔다. 2017년 중국에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했을 때 국과수 DB에서 체포된 범인의 목소리와 일치하는 성문을 찾아내 범인의 과거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수사 목적으로는 범인의 목소리가 중요하지만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서는 범인의 발언들을 텍스트로 만들어야 한다. 국과수는 보이스피싱범 통화내역에서 추려낸 텍스트 자료를 국내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에 제공, 보이스피싱범 특유의 통화패턴을 감지해 통화를 자동 차단하거나 경고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고도화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문제는 범인이 말한 내용 중에서 피해자의 이름, 주소,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마스킹(가리는 작업)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과수에서 이 작업을 담당한 이는 박 실장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국과수 본연의 업무는 수사지원이지 보이스피싱 예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실장이 통화내역을 텍스트로 옮기는 STT(음성인식기술) 오픈소스를 활용해 시스템을 만들어봤지만 효율이 극히 떨어졌다. 기껏 추출한 텍스트를 가명처리 하는 과정은 아예 엄두도 못냈다.

올 2월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국과수 데이터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협의차 국과수를 방문했을 때 박 실장으로부터 이같은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자사의 AI 기반 통화 서비스 '익시오'(ixi-O)에 쓰이는 핵심 STT 알고리즘과 함께 가명처리 솔루션을 무상으로 국과수에 제공했다. 나중에는 AI로 만들어진 가짜 목소리를 뜻하는 '딥보이스' 탐지 시스템도 추가로 건넸다. 공공기관 역량강화로 보이스피싱 차단 효율이 높아지면 궁극적으로 LG유플러스 고객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실장은 "LG유플러스 기술을 이전받기 전까지 지난 8, 9년간 저를 포함한 2명이 1만2000개 음성 파일을 분석하는 데 그쳤고 가명처리는 아예 엄두를 못냈다"며 "지금은 1명이 1년간 1만2000개 파일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고 했다. 이어 "더욱 정교한 보이스피싱 스크립트 제작과 탐지 AI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범죄자의 통화 데이터를 분석해 여죄 여부를 확인하거나, 음성 유사도를 기반으로 범죄 조직을 군집화하는 등 수사관용 분석 도구로 확대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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