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별 장기보험 보험금 예실차비율/그래픽=윤선정 |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장기보험 예상 손해율 산정 기준을 체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손해율 가정에 따라 회계상 이익과 건전성 지표가 크게 달라지면서 보험사 간 비교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25일 보험업계와 함께 장기보험 예상 손해율 가정과 관련한 두 번째 실무 회의를 연다. 앞서 당국은 보험사별 손해율 등 주요 계리가정에 대한 현황 자료를 수집해 검토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산정 원칙과 허용 범위, 적용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예상 손해율은 보험사의 계약 서비스마진(CSM)과 보험부채 산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다. 손해율이 낮게 가정되면 미래 보험금 지급액이 줄어들어 회계상 이익이 커지고 자본 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개선된다. 반대로 손해율이 높아지면 이익이 줄고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1%포인트만 변해도 CSM이 약 7000억원 차이 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논의에 불씨를 지핀 것은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보험사가 장기보험의 예상 손해율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해 단기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며 "이는 손실을 미래로 전가하는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부회장의 발언은 업계 안팎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사를 겨냥한 '이례적인 공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일부 보험사는 "손해율은 보험사마다 다르고, 계리가정은 내부 절차에 따라 신중히 결정된다"며 "타사 구조를 모른 채 문제를 제기하는 건 업계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지나치게 보수적인 가정으로 인해 예실차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5% 이내)을 훨씬 웃도는 메리츠화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김 부회장의 발언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시각도 있으나 당국은 선을 긋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보험 손해율 제도 개선은 올해 초 발표한 '계리감독 선진화 로드맵'에 포함된 과제였다"며 "부채 평가 항목 중 손해율은 영향력이 가장 크고 사업 비율 등과 함께 정비가 필요해 검토해온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현재로선 특정 보험사의 손해율 가정이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들여다봤지만 회사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회사가 잘했다, 잘못했다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마다 기준과 방식의 차이가 커지면 회계 수치와 건전성 지표의 비교가 어려워질 수 있어 일정 수준의 원칙과 허용 범위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손해율 가이드라인 논의는 회계처리뿐 아니라 보험료 책정, 상품 수익성 평가, 사업 전략 수립 등 실무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해율 가정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속도 조절 없이 추진될 경우 투자자 신뢰 저하와 함께 당국이 특정 보험사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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