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빌런→‘살롱’ 소시오패스..'공민정♥' 장재호 “저 나쁜사람 아닙니다” [인터뷰②]

[OSEN=김채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장재호가 연기자로서 자신의 목표에 대해 입을 열었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장재호가 OSEN을 만나 최근 종영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재호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3’와 함께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 ENA 월화드라마 ‘살롱 드 홈즈’까지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만났다. 악역과 선역을 오가는 다채로운 연기를 통해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몰입감을 높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 종영한 ‘우리영화’와 ‘살롱 드 홈즈’에서의 모습은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과 극을 표현했다. ‘우리영화’ 속 민석은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적인 의사로, 시한부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인물. 반면 ‘살롱 드 홈즈’의 태훈은 외적으로는 명문대를 졸업한 반듯한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어릴 적 학대 경험으로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는 소시오패스 범죄자.

완전히 캐릭터가 다른 두 작품을 찍으면서 연기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냐는 물음에 “다행이도 찍는 시기가 달랐다. 공개 시기가 겹쳤는데, 찍는 건 힘들지 않았다. 근데 악역할 때 힘든 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배우들은 악역 연기를 하면서 실제 성격이 달라진다고 토로한 바 있다. 장재호에 이를 묻자 “얼마나 몰입하면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게 어느정도 몰입했기에 가능할까? 그분들을 진짜 리스펙한다. 같은 연기자로서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재능이다.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 간 것 같다. 공감하는 것도 힘들었고, 그럼에도 해내야하니까 시청자분들이나 관객들이 이해하고, 설득시키고 연기하는데 한 신 한 신 어떻게든 집중하려고 했다. 단기적인 목표만 생각하고 했다”고 털어놨다.

반대로 선한 역할을 할 땐 달라진다고. 장재호는 “선한 역할을 했을 때는 평상시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우리영화’ 같은 경우는 (제 환자가)시한부, 더군다나 배우니까. 대사나 여빈이의 연기를 보면서 절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것들이 당연한게 아니구나 다시한번 깨닫게 되고 감사하게 되고, 은연중에 평상시에도 그런 생각이 깔리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에만 벌써 세 작품이 나온 가운데, 주변 반응은 어떨까. 장재호는 “(지인들이) ‘나온지 모르고 봤다’, 요즘 너무 자주 비추니까 ‘안 나오는데가 없냐’는 얘기는 종종 듣는다. 감사하다”며 “제가 주연이 아니니까 이렇게 같이 찍을 수 있던 건데, 그런 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연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품이 사랑받는 만큼, 배우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 사랑받고 싶은 것도 당연한 욕구일 것. 이와 관련해 장재호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각인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작품에서 잘 녹아들어서 봐주셨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캐릭터로 보였던 거니까”라고 했다.

그런 부분에 아쉬운 점은 없냐고 묻자 그는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이 많이 차분해진 것 같다. 제가 막 사랑받고 싶고 그런 갈증이 옛날에는 조금 있었다. 이제는 잘 쓰임받고 싶다는 생각이 월등하게 강해졌다. 배우가 어느정도 안정적인 선에 올라오고, 꾸준히 쓰임 받는 게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 배우가 많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내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 작품이 끝나면 다행이라는 감정만 느끼게 된다. 의연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재호는 “옛날에 처음 매체 연기를 접했을 때 그걸 하면 대스타가 될 줄 알았다. 처음으로 대본을 받고 ‘이게 끝나면 이제 연예인의 삶이 되겠구나’ 이상한 망상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장재호는 “끝났는데 아무런 일상의 변화가 없었다. 당연한 거다. 이제 한 작품 끝나고, 또 한 작품 끝나고 ‘이게 현실이구나’ 알게 된 순간이 30대 중반이었다”라며 “세상에 자기가 재밌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이거로 밥먹을 수 있고,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가 싶다. 내가 특출나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장재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저는 목표 중에 하나가 진짜 죽기 직전까지 연기하는 거다. 그러려면 참 나이를 잘 먹어야겠다 생각을 한다. 잘 익어가야겠다. 왜냐면 요즘에는 작품도 많이 없고, 그렇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인성이든 연기든 뭐하나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다. 그냥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배우로서 염원을 드러냈다.

끝으로 장재호에 앞으로 활동 계획을 묻자 “제가 활동 계획이런 거창한 게 없다. 주어진 작품이 있다면 잘 하고 싶다. 보여주고 싶은 건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고 해명하며 “악역을 최근에 연달아서 많이 했지만, 가족적인거나 일상생활의 모습을 잘 담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 속에서 좀 더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그래도 악역이 들어온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장재호는 지난해 9월 배우 공민정과 결혼해 지난 1월 슬하 딸을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뒤 실제 부부가 돼 화제를 모았다. /cykim@osen.co.kr

[사진] 와이원엔터테인먼트, ENA '살롱 드 홈즈', SBS '우리영화,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