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던지는 '트리거', 당겼을 땐 이미 늦었다 [OTT클릭]

트리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지금 와도 소용 없어요. 이미 '트리거'를 당겼으니까". 누구나 총을 가질 수 있고, 쏠 수 있다. 복수의 도구로써 사용하는 이들의 절박함을 이해해야 할까.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트리거'다.

넷플리스 시리즈 '트리거'(극본 권오승·연출 권오승)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물이다.

경찰 이도(김남길)는 불법 총기, 총알을 발견한 뒤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낸다. 총알을 배송받은 문백(김영광)은 총기 소유자의 주소록을 보고 한 집으로 향한다. 사건을 뒤쫓던 이도는 문백과 마주친 뒤 그를 강하게 의심한다.

하지만 문백은 이도에게 무료로 총을 배송해 주는 사이트가 있음을 알려주고, 이도의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다.

불법 총기는 빠르게 사회로 퍼져나간다. 1인 시위를 나가던 오경숙(길해연), 고시생 유정태(우지현), 조직 보스의 심부름꾼 구정만(박훈) 등은 저마다의 이유로 총을 원했고, 이를 손에 쥐게 된다.

이도는 불법 총기를 한국에 퍼트리는 정체를 밝혀내고자 고군분투한다. 동시에 문백은 이도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곁을 맴돈다.

4화까지 미리본 '트리거'는 불법 총기를 손에 쥔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간 총은 경찰, 형사, 스파이 등 특수한 직업군이나 마피아, 불법 조직을 다룬 이야기에서나 등장했다. '트리거'는 여기서 확대돼 총을 원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설정 자체만으로도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방아쇠뿐만 아니라 어떤 일의 도화선, 기폭제 등의 의미로도 사용되는 '트리거'다. 작품 속엔 무엇인가에 억눌려있고, 억울하고, 분노를 참고 있는 이에게 총이 쥐어진다. 이들이 트리거를 당겼을 땐, 내재됐던 울분이 모두 폭발한다.

첫 포문을 여는 공무원 준비생의 이야기는 매우 강렬하다. 사회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유정태. 그는 모두를 쏴죽이고 싶은 충동성과 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우연히 총을 손에 쥔 유정태는 고시원 사람들을 모두 쏴 죽인다. 이유는 '저 사람들'에게만 있을 뿐, 죄책감 따위 없다.

오경숙도 총을 복수의 도구로 삼는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사과를 받고자 1인 시위를 벌인 오경숙은 회사 사장에게 총을 겨눈다. 이밖에 전자발찌를 차고 늘 감시받는 성범죄자, 보스에게 무시당하는 심부름꾼 등도 총으로써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

총을 택배 상자에 넣고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 사람에 맞춰 종류를 달리 배송한다는 점 등 소재와 설정은 신선하다. 총을 불법 보급하는 세력들의 존재도 흥미롭다. 실제 총이 암암리에 거래된다면, 일어난 참극을 상상해보게끔 한다. 총을 누가, 왜 들어야 했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김남길과 김영광의 연기, 액션신도 군더더기 없다. 김남길은 묵직한 한 방이 있다면 김영광은 스피디하고 융통성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도와 문백의 첫 만남이 심상치 않았던 만큼, 문백이 후반부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 예상가능한 부분도 존재한다.

다만, 특수 총을 시민들이 생각보다 능숙하게 사용하는 장면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총을 쥔 사람들의 군상이 악인이 아닌, 선인으로 그려지는 우려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인천에서 총기 사건이 벌어져 작품과 연관짓게 된다. 권오승 감독은 "작품은 작품대로 봐달라. 작품과의 연관성은 다른 문제다. 총이 등장하지만, 실제 사건과는 다른 접근과 방식으로 결과가 나온다. 범죄를 미화하는 작품도 아니"라고 강조한 바다. '트리거'는 기존에 없던 총기 재난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만큼은 차별화된다. 정말 총을 쏠지 말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는 '트리거다'. 오는 25일 전편 공개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