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설계하는 차'…기아 PV5, 기술로 바뀐 밴의 정의

'더 기아 PV5 테크 데이'
실사용자 1천명 시나리오 반영, ‘목적형 모빌리티’ 구현
바디·인포·컨버전 모두 확장 가능한 PBV 생태계 시동

PV5 정측면./사진=도다솔 기자

기아가 지난 22일 열린 '더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전용 PBV(Purpose Built Vehicle·목적기반차량) 'PV5'의 핵심 기술과 개발 철학을 공개했다. 신차 하나를 넘어 플랫폼 기반의 모빌리티 생태계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천 개의 삶'을 설계한 플랫폼

류재천 MSV프로젝트7팀 책임연구원이 개발 콘센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도다솔 기자

이날 기아 개발진들은 PV5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차를 이용하는 고객 1000여명의 시나리오를 분석했다고 언급했다.

택배 기사, 출장 세차·수리 종사자, 휠체어 이용자 등과 동행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차량 구조 자체를 처음부터 '용도 기반'으로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마다 다른 작업 환경과 이동 조건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택배 기사는 빠른 하차와 상차를 위해 측면 슬라이딩 도어의 개폐 속도와 내부 동선이 중요하고 출장 세차나 수리 종사자는 장비를 싣고 내리기 위한 적재 공간의 구조와 전력 공급 시스템이 관건이다. 휠체어 이용자는 경사로의 접근성과 실내 회전 반경, 손이 닿는 버튼 위치까지 세밀하게 고려돼야 한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PV5 WAV./사진=도다솔 기자

유재천 MSV프로젝트7팀 책임연구원은 "고객이 선호하는 모델을 직접 개발해 제공하고 다양한 사용 환경을 고려한 구조 설계로 개조 비용과 운용 부담을 줄였다"며 "모든 유즈케이스(사용 사례)를 고려해 실내 V2L 위치나 다양한 수납공간, 접근성까지 반영한 것이 PV5 개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PV5는 전장(차 길이) 4695mm, 휠베이스 2995mm의 컴팩트한 사이즈 안에 다양한 바디 조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2열 스텝 높이는 399mm까지 낮춰 휠체어와 유모차 승하차까지 고려한 점이 인상적이다.

내부도 철저히 목적 기반이다. 동승석을 접으면 캐리어 3개를 실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이 확보된다. '워크스루 도어'를 적용한 하이루프 모델에서는 운전석에서 내리지 않고도 카고룸으로 이동할 수 있다.

수납도 세심하게 설계됐다. 크래시패드 상단 트레이, 플로어 트레이, 대용량 도어포켓, 슬라이딩 수납장까지 쓰임의 흐름을 고려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PV5 카고 하이루프./사진= 도다솔 기자

레고처럼 조립하고 앱처럼 진화…모빌리티 재정의

PV5는 PBV 전용 플랫폼 'E-GMP.S(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for Service)'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E-GMP.S는 모터와 인버터 등 구동 부품을 소형화·공간화한 구조로, 바닥이 평평한 플랫플로어(Flat Floor) 설계와 짧은 회전 반경(5.5m)을 구현해 실내 활용성과 기동성을 모두 확보했다.

PV5 플랫폼 'E-GMP.S'./사진=도다솔 기자

이는 실내 바닥에 턱이 없어서 짐을 실거나 사람이 타고 내리기 편하고 골목길이나 주차장 같은 좁은 곳에서도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한다.

또 전고가 높은 차량에 적합한 서스펜션 구조와 슬림 배터리도 실내 공간 확보에 기여했다.

외장 구성은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Flexible Body System)’이라는 독자 기술을 통해 완전히 모듈화돼 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슬라이딩 도어, 쿼터글라스, 리어바디, 루프 패널 등 주요 외장 부위를 독립된 모듈로 설계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이 방식은 PV5 하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16가지 서로 다른 형태의 차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루프를 높이면 휠체어 탑승자를 위한 모델이 되고 도어 개폐 방식이나 적재 공간을 바꾸면 택배용, 출장 수리용 차량으로도 쉽게 바뀐다.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구조./사진=도다솔 기자

기존에는 하나의 완성차 모델을 특정 용도에 맞게 사후 개조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면 PV5는 처음부터 다양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다. 고객은 자신의 업무 환경이나 이동 목적에 맞춰 차체를 자유롭게 확장하거나 조합할 수 있어 가장 알맞은 형태로 선택 가능하다. 기아 개발진들이 이 차를 두고 플랫폼 중심 비즈니스 생태계의 시작점으로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PV5의 국내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 혜택 적용 전 기준 4200만원부터다. 모델별 가격은 승객 이동용 모델인 패신저는 △베이직 4709만원 △플러스 5000만원이다. 카고 스탠다드는 △베이직 4200만원 △플러스 4470만원이다.

한편 기아는 다음 달 PV5 패신저 5인승과 카고 롱 모델의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하고 올 4분기 유럽 출시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 PV5를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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