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수해 현장서 만난 박찬대 민주당 대표 후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21일 광주 서구 한 가구점을 찾아 수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사진=이승주 기자 |
"아유 의원님만 힘든 걸 계속 하네"(한 자원봉사자)
"괜찮아요. 이런 거 많이 했었어요. 가구에 진흙이 다 묻어서 어떻게 해요"(박찬대 후보)
21일 광주 서구의 한 가구점 지하 1층.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수해 복구 지원에 나선 박찬대 후보가 자진해서 흙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머니투데이[the300]더300)이 찾은 현장은 사방에서 '철퍽철퍽'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온통 흙탕물이었다. 이번 집중호우 때 침수된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찢어진 박스 조각들이 곳곳에 널브러져있었다. 이 물건을 건물 밖으로 옮겨 차곡차곡 쌓으니 높이 약 3미터에 달했다.
민주당 굿즈 티셔츠와 청바지, 파란색 수건과 남색 장화. 움직임이 편한 '작업복'을 입은 박 후보는 허리를 90도 이상 굽히며 흙탕물을 삽으로 퍼냈다. 약 3시간 동안의 작업 끝에 박 후보의 청바지와 목장갑은 진흙 범벅이 됐고, 비 오듯 흐르는 땀이 안경 렌즈까지 덮었다. 박 후보는 진흙이 그나마 덜 묻은 팔목 쪽으로 땀을 톡톡 닦아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21일 폭우 피해를 입은 시민의 요청 사항을 메모하고 있다./사진=이승주 기자. |
박 후보는 작업 도중 건물 밖으로 나와 침수 피해를 입은 가구점 사장인 김 모씨, 광주 서구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도시락 점심을 먹었다.
김 모씨는 박 후보에게 "이번 집중호우로 1000점이 넘는 가구를 내다 버렸다. 약 3억7000만원 어치에 달하는데, 건물 수리 비용까지 하면 10억원은 된다"며 "이번이 3번째 피해다.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보험사에선 보험 신청을 안 받아주고, 국가에선 주거 취약계층에 뒷순위로 밀려 보상을 또 못 받는다. 법률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는 노트를 꺼내 김 모씨의 말을 메모했다. 그러면서 "저도 회계사 출신이라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의 애로 사항을 잘 알고 있다.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꼭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존의 (호우 대비) 방법으로는 상황 해결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 후보는 수해 복구 작업 도중 현장을 찾은 취재진을 만나 약 1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땀에 젖은 박 후보는 '선거 운동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캠프의 걱정은 없었냐'는 질문에 "캠프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늦게 출발(출마 선언)한 사람이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준비가 훨씬 늦었다 보니까 정청래(후보)의 하루와 박찬대의 하루가 같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 있었다"면서도 "유불리는 있겠지만, 정치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본질이 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수해 복구에 당력을 모으기 위해 남은 순회경선 권리당원 투표를 8월2일에 '원샷 경선' 방식으로 통합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선 "(당에 요구했던) 일정 연기가 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실무적인 고민을 한 것 같다"며 "수해 복구하고 있는데 전화해서 '나 좀 찍어달라'고 전화하기도 그렇지 않냐. 정치와 생활이 구분되는 게 아닌데 이 와중에 당원의 축제인 전당대회를 하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충청, 영남권 순회 경선에서 정청래 후보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박 후보는 정 후보를 바짝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62.65%, 박 후보의 득표율은 37.35%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여러 과제를 당정대 원팀으로 가장 잘 수행할 사람이 박찬대라는 것을 동료 의원들이나 정치 고관여층은 잘 알고 있다. 당원들에게 어떻게 알려 나갈지가 관건"이라며 "충청과 영남권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남은) 호남·경기·인천 등에서 충분히 추격하고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 캠프 제공 |
박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신속한 내란 종식과 개혁 과제 완수, 민생 경제 회복에 달려있다"며 "많은 분이 무리라고 했지만, (원내대표 당시) 3특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국정 농단을 풀어가고 있고, 내란 특별법도 발의했다. 또 지귀연 판사 등 윤 전 대통령을 탈옥시키면서 내란에 개입한 혐의 등은 국정조사를, 계엄 해제를 방해한 국민의힘에 대해선 청문회를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에서 '고민해결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박 후보는 "내가 회계사 출신이지 않나. 민생 경제 부분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상법 개정 등으로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오르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계속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오는 26~27일 각각 치러질 예정이었던 호남권과 경기·인천권 권리당원 투표를 통합해 8월2일 '원샷 경선'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에선 정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으나 남은 지역의 권리당원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만큼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호남권의 경우 약 30%의 권리당원이 분포해 있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는 권리당원 55%, 대의원 투표 15%, 일반 국민 30%를 반영해 선출한다.
광주=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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