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간판 타자이자 핵심 타자인 최정(38)은 SSG 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지금껏 우리가 알던 최정과 완전히 다른 모습,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최정은 22일까지 시즌 51경기에서 타율 0.199의 극도로 저조한 타율을 기록 중이다. 홈런 11개를 치면서 장타력 자체는 뽐냈지만, 그 홈런포마저 최근에는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삼진은 계속 늘어난다. 올해 221타석에서 삼진이 63개다. 세 타석 중 한 타석 정도는 삼진으로 허무하게 돌아선다.
최정은 3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에도 정상급 활약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믿고 보는 선수였다. 지난해에도 129경기에서 타율 0.291, 37홈런, 107타점을 기록했다. 지금은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다. 한결 같은 선수이기도 했다. 물론 다른 선수처럼 슬럼프가 올 때는 팬들을 답답하게 하곤 했지만, 그래도 어느새 자기 자리로 돌아와 특유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홈런포를 터뜨리곤 했다.
SSG는 그런 최정이 앞으로 3~4년은 더 너끈하게 자신의 자리를 몫을 해줄 것이라 믿었다. 20년의 시간 동안 곁에서 지켜본 성실함, 그리고 지금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흔을 바라보는 선수에게 4년 총액 106억 원의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안겼다. 최정도 안주라는 단어는 마음 속에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캠프 당시, 가장 몸을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최정이었다. 팬들도 최정이 그래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후에도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복귀 후 관리를 받으며 51경기에 뛴 만큼 이제 실전 감각에 대한 핑계를 대기는 뭣하다. 구단도, 팬들도 처음에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급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부정’의 단계에 머물고 있고, 상당수는 ‘분노’의 단계까지 왔다. 최정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뒤, 팬들의 시선이 이렇게 싸늘해진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올스타 휴식기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구단과 팬들은, 후반기 첫 2경기였던 19일과 20일 인천 두산전에서 최정의 스윙을 보며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정 특유의 스윙이 안 나온다. 22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그랬다.
마지막 두 타석에서 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이 또한 팬들에게 위화감을 주기는 충분했다. 낮은 공을 힘 있게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 일단 맞히는 스윙으로 안타 두 개를 쳤다. 마치 골프 스윙 같았다. 물론 타격 슬럼프인 상황에서 안타 두 개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최정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여전히 아니었다. 우리의 영웅이, 당장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팬들의 마음이 그렇게 깔끔할 리는 없다.
이숭용 SSG 감독은 2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최정의 타격 부진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야구를 하다 보면 부침을 겪는 시기가 한 두 번은 온다. 그렇게 눈에 띄는 부침이 있었던 친구가 아니고, 올라올 타이밍에는 다 올라왔었다. 지금 최정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계속 찾고 있으니까 결정적일 때는 우리를 끌고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여준 것도 있고, 노력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부정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타협으로, 타협으로 우울로 가는 게 아닌 그 반대의 역주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은 SSG에 최정은 그래야 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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