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무라 유키 |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소셜미디어(SNS)는 한 동양인 선수 관련 게시물로 도배됐다. 일본인 포인트 가드 가와무라 유키(24)다. 최근 게시물 16개 중 12개가 그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카고 구단은 22일(한국시간) “가와무라가 등 번호 8번을 단다”고 발표했다. 8번은 지난 7시즌 동안 시카고의 에이스였던 잭 라빈(30·새크라멘토 킹스) 등 번호다. 요컨대 팀의 간판급 대우다. 그런데 그는 ‘풀타임’ NBA 선수가 아니다. 그는 지난 21일 시카고와 ‘투-웨이(two-way) 계약’을 맺었다. 2017년 도입된 ‘투-웨이 계약’ 선수는 하부리그(G리그) 소속이면서 최대 45일간 NBA에 올라올 수 있다.
정식 계약도 아닌 가와무라에 주목하는 건 그가 ‘물리적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라서다. 그는 농구선수는커녕 일반인치고도 작은 키 1m72㎝다. NBA의 2m대 거구 사이에선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그는 신체적 한계를 단거리 선수처럼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 날카로운 패스로 극복한다. 힘과 높이가 지배하는 NBA에서 보기 드문 유형이다.
사실 가와무라의 ‘투-웨이 계약’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시즌(2024~25)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투-웨이 계약’을 맺고 NBA에 입성했다. NBA 22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4.2분, 그것도 대부분 ‘가비지 타임(승부가 기운 막판)’에 뛰었다. 득점도 평균 1.6점에 그쳤다. 결국 멤피스와는 정식 계약에 실패했다.
송태섭 |
일본 복귀를 고민하던 때에 시카고가 손을 내밀었다. 출전 시간이 적었던 NBA와 달리 기회가 충분했던 G리그에서 가와무라는 펄펄 날았다. 시카고 초대로 참가한 서머리그(6~21일)에서 그는 5경기에 출전해 평균 23.9분을 뛰며 10.2득점·2.4리바운드·6.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장기인 노룩 패스는 여전히 날카로웠고, 전엔 없던 과감한 골 밑돌파슛과 정교해진 3점슛까지 선보였다.
가와무라는 앞서 일본프로농구(B리그) 요코하마 B-커세어스 시절인 2022~23시즌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건 2024 파리올림픽을 통해서다. 일본 국가대표팀 가드인 그는 NBA 수퍼스타 빅토르 웸반야마(2m24㎝·샌안토니오)와 뤼디 고베르(2m18㎝·미네소타) 등이 활약한 프랑스전에서 29점·7리바운드·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m대 프랑스 거한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가와무라는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팬들은 “일본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캐릭터인 북산고 단신 가드 송태섭(원작에선 미야기 료타)의 현실판”이라며 열광했다. ‘슬램덩크’ 작가가 북산고의 붉은색 유니폼을 시카고 유니폼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져 가와무라의 시카고행은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가와무라는 현지 인터뷰에서 “크지 않아도 NBA에서 통할 수 있다. 키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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