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폭우의 상처가 남은 상황에서 이젠 폭염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유독 더 괴로운 게 폐지를 줍는 노인들입니다.
폐지들은 물에 젖어버렸고 더위는 혹독한 수준인데, 이들의 하루를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른 새벽, 부지런히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는 여든 살 이복순 할머니.
하루에 6시간씩 거리를 다니며 폐지를 주워 생계에 보태고 있습니다.
이날은 비 예보가 있어 더 서둘러야 합니다.
[이복순/폐지 수집 어르신 : 젖어서 안 돼, 젖은 거 가져가니까 안 된다고 그러잖아. 젖은 거는.]
폐지가 젖으면 상품 가치가 반으로 떨어져 벌이가 줄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박스를 찾아 테이프를 뜯고, 잘 펴서 담습니다.
폭염 속 세 시간을 내리 걸어 수레를 거의 다 채웠는데 갑자기 떨어지는 비.
[이복순/폐지 수집 어르신 : 박스가 젖으면 큰일이니까, 빨리 가자고.]
길은 미끄럽고, 폐지가 물을 먹어, 둘이 끌어도 너무 무겁습니다.
[이복순/폐지 수집 어르신 : 그러니까 힘들어. 얼굴이 뻘개.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겨우 고물상에 도착해서야 얼음물로 목을 축입니다.
무게를 재니 할머니 몸무게를 훌쩍 넘는 61kg.
여기에 리어카 무게, 또 물 무게까지 감안해 이것저것 빼면 받을 수 있는 돈은 2천원 남짓으로 보였습니다.
[김영희/고물상 사장 : 할머니는 내가 감량을 안 하고 드릴게요. 3290원이에요.]
업체에서 후하게 쳐준 덕분에 3290원을 소중히 쥐고 돌아갑니다.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어르신들은 더 서두릅니다.
[박동순/폐지 수집 어르신 : 비가 억수로 오네…]
다 젖은 종이 위에 비닐을 덮는 이 어르신,
[박동순/폐지 수집 어르신 : 다 말려야 돼요, 햇빛 나면. 다 꺼내갖고.]
젖은 것도 일단 주워놓아야 한푼이라도 더 벌 수 있습니다.
젖은 걸 정성스럽게 말려서까지 폐지를 모으는 이유는 생계 때문입니다.
[박동순/폐지 수집 어르신 : 핸드폰 값나가고, 뭐 전기세, 뭐 있어. 아들이 일하고 오면 힘들어 죽을라 하고.]
[이복순/폐지 수집 어르신 : 남의 집에 살면서 그렇지 않으면은 월세, 월세를 어떻게 살겠어.]
이런 폐지 수집 어르신, 전국에만 1만 4천여명입니다.
빗길에 미끄러질까, 더위에 쓰러질까도 걱정인데,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단은 부족합니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안전 보험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방이 아닌, 사고 발생 후 지급하는 보상책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사망의 경우에는 이제 한 1000만원, 부상 진단을 받았을 땐 500만원 정도.]
심박수와 체온이 측정되는 스마트 워치나, 사고 방지용 야광 조끼를 주는 지자체도 있지만, 일회성인 데다 지역 간 편차도 큽니다.
사실상 맨 몸으로 여름을 나야 하는 겁니다.
바닥에 달라붙은 종이 한 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
무더위도, 폭우도, 거리 위의 어르신들에겐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폐지 수집보다 더 안전하게 일하고,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노인복지책이 필요합니다.
[작가 유승민 VJ 김수빈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권현서]
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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