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채 이상의 거주지를 파괴하고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사상 최대의 영남 산불 수습이 끝날 사이도 없이, 때 이른 폭염이 파주와 광명에서 40도 넘는 기록적 고온을 몰고 오며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다. 숨 돌릴 새 없이 곧바로 몰아친 폭우는 최소 27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동반했다. 그리고 폭우가 또다시 폭염으로 바뀌면서 예상할 수 없는 극한 날씨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유엔에서 위험 경계선으로 경고했던 평균온도 추가 상승 1.5도를 2년 안에 넘어갈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전망이 나오는 걸 보면, 더 자주 더 가혹하게 기후재난은 우리 삶을 위협할 것이 확실하다.
그럼 뭘 해야 하나?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강도와 빈도로 볼 때 사후적이고 일회적인 대처를 넘어 예방적이고 상시적인 대책이 불가피해졌다. 이 대목에서 유의할 점은 대형 산불이나 집중호우, 또는 극한 폭염으로 건물과 시설이 파괴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극적인 피해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 경제학자 박지성은 최근 <1도의 가격>이라는 단행본을 통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실제 피해 대부분이 엄청난 천재지변이 아니라 조용하고 느린 연소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시경제학적 관점에서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끼치는 ‘비재난적 비용’을 강조했다.
그는 폭염이나 더위의 부정적 영향이 “학습방해, 작업장 사고위험 증가, 강력 범죄율 상승, 기업 출하량 하락, 노동자 생산성 하락 등 형태로 얼마나 미묘하게 현실 세계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지” 세세히 들춰내준다. 예를 들어 몹시 더운 날이 하루 더 늘어나면 미국에서 연간 3000명이 더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9·11테러 당시 사망자 수와 맞먹는 규모다.
그럼 뭘 해야 하나?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강도와 빈도로 볼 때 사후적이고 일회적인 대처를 넘어 예방적이고 상시적인 대책이 불가피해졌다. 이 대목에서 유의할 점은 대형 산불이나 집중호우, 또는 극한 폭염으로 건물과 시설이 파괴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극적인 피해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 경제학자 박지성은 최근 <1도의 가격>이라는 단행본을 통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실제 피해 대부분이 엄청난 천재지변이 아니라 조용하고 느린 연소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시경제학적 관점에서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끼치는 ‘비재난적 비용’을 강조했다.
그는 폭염이나 더위의 부정적 영향이 “학습방해, 작업장 사고위험 증가, 강력 범죄율 상승, 기업 출하량 하락, 노동자 생산성 하락 등 형태로 얼마나 미묘하게 현실 세계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지” 세세히 들춰내준다. 예를 들어 몹시 더운 날이 하루 더 늘어나면 미국에서 연간 3000명이 더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9·11테러 당시 사망자 수와 맞먹는 규모다.
심지어 과거 미국 공공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32.2도 이상의 기온이 일주일간 지속된 경우, 월 강간 범죄율이 5% 이상 증가했고 살인과 가정폭력이 3%가량 늘어났다”는 사례도 있었다. 나아가 온도가 올라가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수 있는 등 “더운 온도는 미묘하지만 심오한 방식으로 경제적 생산성에 영향을 끼치며, 적응을 위한 교정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경제라는 경쟁의 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잠재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미세한 분석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기후변화가 우리 삶과 사회 경제에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대하게 충격을 가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여기에도 명백히 한계는 있다. 미시경제적 정밀한 분석에서도, 이렇게 막대한 직간접적 비용을 치르는데 어째서 기후위기 대응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지 말해주는 게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기후위기나 환경 문제의 발생 원인이 일부 탄소 집약적 산업이나 특정 오염 배출 기업이 환경 비용을 제대로 생산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뿐, 우리 경제의 거시적 운영 그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거시적인 경제성장이나 산업 정책은 자연스럽게 기후위기 대처와 분리돼 다뤄졌다. 한쪽에서 수백㎿(메가와트) 전력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 증설을 서두르고 침체한 경기를 살린다며 내연기관차 소비를 촉진하면서도, 동시에 역대급 산불이나 홍수 재난 대처에 재정을 쏟아부어도 논리적으로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흔히 경제 교과서는 경제 과정을 가계와 기업 사이의 무한 순환 과정으로 묘사하는데, 여기서 자연과의 물질 순환은 빠져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구 생태계로부터 에너지와 자원을 끌어와야 경제 과정이 시작될 수 있고, 폐기물과 온실가스 등을 지구 생태계로 버리고 나서야 경제 순환의 한 매듭이 종결된다.
일군의 생태경제학자들은 이 대목을 포착해야 기후위기의 진정한 해결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가 특정 기업들의 문제를 넘어 경제 전체가 지구 생태계의 수용 능력을 넘어 무한 팽창하려다 직면한 예고된 파국의 전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미시적 차원에서 기후변화의 광범위한 영향을 세세히 살핌과 동시에, 거시적 차원에서 경제 발전과 운영상 기후와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 교정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2025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 7월24일이다. 지난해보다 하루 당겨졌다. 지금과 같은 경제를 유지하려면 지구가 1.8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만 놓고 보면 이 날짜는 4월9일로 당겨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올여름 더위가 시작될 모양이다. 더위 피하기에 급급하기 전에 지구의 한계와 갈등하는 우리의 물질적인 삶과 경제의 근본 한계를 생각해볼 때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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