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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이동약자 지원하는 ‘공공성’ 열쇠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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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자율주행 연구소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재관 자율주행 연구소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시장에서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자율주행 기업들이 사회 문제 해결과 공공서비스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의 최첨단에 서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대표 연구자가 기술의 ‘공공성’을 언급한 것은 뜻밖이었다.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연구소장은 15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과거 완성차 업체와 정보통신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자율주행을 연구했지만 예상보다 상용화 속도가 더뎠고, 지금도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소장은 “민간의 투자가 부족해지자 자율주행 업체들은 자율주행 택시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한 교통사고 감소, 이동 약자 지원 등 공공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2000년 일본 미쓰비시에 입사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연구를 시작한 뒤 25년 동안 자율주행을 연구했다. 그가 본 일본의 자율주행 기술은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등 저출산 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재활 시설에 노인을 모셔서 운동도 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이들 모두에게 (기사가 있는) 택시를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로보택시와 같은 사회 실험이 진행 중”이라며 “(75살 이상) 고령 운전자와 관련해 자동긴급제동장치(AEBS) 등 안전장치가 탑재된 ‘써포트카’에 한해서 운전면허를 연장해주는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실험이 시작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후쿠이시와 같이 인구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곳에서 운전자 부족의 대안으로 자율주행이 도입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그리는 미래는 운전자가 없는 차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동 약자의 신체 자유를 보호하고 교통 체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이며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자율주행이 인공지능(AI) 발전 등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웨이모는 정해진 공간을 안정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매년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20만개 지피유(GPU·그래픽처리장치)를 자율주행에 사용하고 있다. 웨이모도 , 클라우드에 가상 환경을 구축해 엣지케이스(예외 상황)를 학습하는 실험도 함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 시운전을 선보인 테슬라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이 소장은 “웨이모가 처음 로보택시를 선보이고,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운용하기까지 2년이 걸렸기 때문에 테슬라도 2년 정도 지켜본 뒤 성패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에선 기술을 과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테슬라는 자신 기술의 안전성을 지나치게 장담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미국 현지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여러차례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이재관 자율주행 연구소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재관 자율주행 연구소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데 대해선 정부 주도로 표준화(플랫폼 구축)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쌓고 중국을 고립시켜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이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자율주행 실험과 검증 모두 스스로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며 “중국은 2025년 발표한 ‘중국 표준 2035’에서는 1위로 목표를 조정했고 실제로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에 견주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한국 기업은 상위 10개 기업에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미국의 웨이모와 중국의 바이두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11위를 기록했지만 누적 자율주행 운행거리가 60만㎞ 남짓으로 웨이모의 1억6천만㎞의 3.75%에 그친다.



한국은 중국의 기술 표준화를 추구하면서 ‘고속 통신망’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소장은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높은 5세대(G) 고속 통신망과 브이투엑스(V2X·차량과 그외 사람·사물을 연결하는 무선 기술) 센서를 활용하는 방식은 영토가 넓은 중국과 미국에선 실현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며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하고 전 차종으로 확산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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