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 여의도순복음 압수수색에 개신교계 잇단 반발

신도 수 60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압색
한교총 "교인 전체에 모멸감 줄 수 있어"
이영훈·김장환 목사, 로비 의혹 전면 부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목사. 심현철 코리아타임스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등을 조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목사)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목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개신교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신도 수가 60만 명인 여의도순복음교회처럼 대형 교회를 압수수색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국내 개신교 36개 교단 대표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22일 성명을 통해 "채 상병 특검팀의 종교시설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에 깊은 유감"이라며 "교회 공동체에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는 모욕감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교회는 예배의 전당이며 신앙공동체의 중심지"라면서 "이에 대한 공권력의 침입은 교인 전체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압수수색 대상에 대표자 사택과 개인 소유물뿐 아니라 교회 시설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교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는 공공 안전 및 질서 유지라는 정당한 목적하에, 그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의 압수수색 대상에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교회 내 이영훈 목사의 집무실이 포함된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가 2024년 11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특검팀은 2023년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개신교계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조사 과정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이영훈 목사와 김장환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교총은 성명에서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부당한 명령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한국교회는 깊이 공감하며 협조의 뜻을 가진다"면서도 "이번 압수수색은 정당성이 부족하며 교회의 상징성과 신성을 침해하고 비례성과 최소침해 원칙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한교총은 끝으로 "특검팀은 참고인을 피의자처럼 취급하고, 교회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시행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말했다.

전날 한국교회언론회도 논평을 통해 "해병 특검의 교회와 목사, 기독교계 방송에 대한 압수수색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영훈 목사도 20일 입장문에서 "특검 모두 사실을 밝히고 진실을 규명하여 국민이 갖고 있는 의혹을 밝히려는 노력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며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사실과 관련 없는 개인이나 기관이 명예를 훼손당하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와 김 목사는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목사는 "목회자나 기타 어떤 분에게도 사건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탁한 일이 없으며, 관련자나 교인 누구로부터도 기도 부탁받은 일조차도 없다"고 했다. 김 목사도 같은 날 주일예배 설교에서 "나는 기도해 준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신도들의 반발이 큰 대형 교회를 압수수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다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코로나19 유행 당시인 2020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해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의 사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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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