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라스렛(Laslett)이라는 학자는 1989에 인생 후반기가 연장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여 퇴직이후 삶에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였다. 그는 사람의 일생을 크게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 중요한 의미를 제시하였다. 1기 인생(the first age)은 출생해서 공식적 교육을 마칠 때까지 기간으로 교육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2기 인생(the second age)은 취업하여 정년퇴직할 때까지 기간으로 일하며 자신, 가족 및 사회에 대해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은 퇴직 후 건강하게 지내는 시기로 ‘개인적 성취(personal achievement, 자아성취와 같은 의미)’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인적 성취는 자기 성격과 적성에 맞고 자기가 하고 싶어 하고 원하는 일이나 활동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제4기 인생(the forth age)은 건강하지 못하여 남에게 의존하여 생활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로 의존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기다.
제4기 인생은 누구도 원치 않고 모두가 맞이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을 잘 유지한 사람에게는 제4기 인생은 아주 짧거나 없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긴 4기 인생을 맞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제3기 인생을 최대한 연장하여 제4기 인생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99-88-2324’를 원함). 이러한 이유에서 서양 사람들은 일생이 제3기 인생으로만 끝나기 바라는 의미에서 노년기를 ”제3기 인생“이라 부르고, 또한 ‘노인(the elderly, 또는 elderly person)’이라는 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노인을 ‘제3기 인생 사람(the third ager)’이라 부르기도 한다. 제3기 인생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은 미리 제3기 인생을 계획하고 준비하여야 가능하다.
또한, 50+ 이후의 시기를 제2 성장의 시기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학자도 있다. 미국의 새들러(Saddler)라는 학자는 2000년에 40세 이후 건강하게 지내는 시기를 제3기 인생이라 부르고, 이 시기의 중요한 의미를 ‘제2 성장(the second growth)’라 정의하였다. 제2 성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활기차고 보다 목적 지향적 삶을 위해 자신에게 감추어져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들러는 인생여정을 비행기 여행에 비유했다. 인생에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은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는 것과 같으며, 직업생활에서 최고의 지위(정점)에 오르는 것을 비행기가 최고 높이에서 비행하는 것과 같고, 직업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후 정년퇴직하게 되는 것은 비행기가 목적지 비행장에 도착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산업사회(대체로 1980년대까지)의 대부분 사람은 본인이 선택한 직업 활동을 계속하며, 50~60대에 최고의 지위나 직업활동의 정점(꼭대기)에 오른 후 안전띠를 매고 퇴직이라는 안전한 비행장에 도착하여 승강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삶의 여정을 따랐다. 이처럼 비행기를 타고 한 번 정점에 오른 후에 퇴직이라는 안전한 비행장에 도착하여 승강장까지 이동하는 삶의 여정은 대부분 부모, 친척, 학교나 직장의 선배들의 인생여정이었기에 사람들도 이와 같은 인생여정을 따랐다. 수명이 계속 연장되고 있는 2000년대에는 제2 성장의 노력으로 40-50대에 직업경력 분야에서 한 번 최고의 지위나 직업적 활동상태에 오르고, 퇴직하기 전에 미리 퇴직 후 삶을 계획하고 준비하여 또 다른 직업이나 활동을 시작하고, 또 다시 퇴직하기 전에 준비하여 세 번, 그 이상까지도 최고의 지위나 정점에 오르는 삶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다. 즉 고령화사회인 이제는 제2의 성장으로 40~50대 이후에 퇴직과 재취업/활동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 퇴직은 계획한 다른 일을 위해서 하던 일에서 물러나는 것일 뿐, 일과 사회활동에서 물러나서 휴식과 자기관리에 치중하며 조용히 생활하는 것을 뜻하는 은퇴와는 다르다. 제2 성장의 노력으로 제3기 인생을 100세 장수시대에 걸맞게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아울러, 50+ 이후 시기는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을 이룰 수 있는 시기이다. 사람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계속 발달(development: 발전과 같은 의미)한다. 발달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즉 발달은 여러 가지 능력과 특성이 새롭게 생겨나는 ‘성장’을 의미하기도 하고, 능력이나 기능의 수준이 질적으로 높아지고 능숙해지고 복합적으로 되는 ‘성숙’을 의미하기도 하고, 성장시켜 온 능력이나 기능을 계속 발휘하는 ‘유지’를 의미하기도 하고, 변화되는 개인 내적 및 외적 요인에 잘 대처해 나가는 ‘적응’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발달(발전)은 “성장, 성숙, 유지, 적응”의 4가지 의미를 다 포함하고 있다.
나이가 많아지면 성장은 느려지거나 멈출 수도 있지만, 노력하면 계속 더 성숙해지고, 능력을 유지하고, 더 잘 적응해 갈 수 있다. 즉 사람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계속 발달(발전)할 수 있다. 특히 인지능력 중 후천적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결정화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오히려 나이가 많아질수록 계속 높아지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종합적 판단력은 젊은 나이때보다 더 좋아진다. 따라서 문제해결 능력과 지혜도 더 많아지게 된다. 행복은 문제가 없는 것에달려 있기보다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많은 사람은 인생 최고의 시기가 노년기에 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 노력하여 인생 후반기를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시기로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2024년 현재 104세인데 그는 60~75세의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발달이 계속 이루어지는 시기라 했고, 노력하면 무덤으로 가는 날까지도 계속 발달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한국생애설계협회 회장/아셈(ASEM)노인인권정책센터 이사장/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AGG) UN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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