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고물모아 천만원 기부 86세 노인…"삶의 마지막은 작은나눔으로"

연합뉴스 강수환
원문보기
인터뷰하는 이형진 기부자[촬영 강수환]

인터뷰하는 이형진 기부자
[촬영 강수환]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여든살까지는 나 살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삶의 마지막은 작은 나눔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대전에 거주하는 이형진(86)씨는 21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천만원을 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부금은 2∼3년간 이 씨가 재활용품을 직접 수집해 모은 돈이다. 새벽이면 집을 나와 폐지를 줍고 캔을 주워 고물상에 팔았다.

하루 2만보 넘게 걸어 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 매일 5천원∼1만원씩 차곡차곡 모았다. 그렇게 모은 고물은 매년 6∼7t에 달했다.

"번 돈을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고 애들도 다 컸고, 이 돈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 재활용품을 모았어요."

재활용품 수집을 8년 전부터 해오며 틈틈이 조금씩 남모르게 기부해 왔다.


그는 2년 전 대전 유성구 다가구주택 일가족 사망사건과 인천 일가족 5명 사망사건을 잇달아 접하면서 가장 어려운 한 가정을 집중적으로 도와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번 기부금은 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있으면서도 임대주택 보증금조차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태워야 했던 위기의 한부모가정에 전달된다.

이형진 기부자가 모은 고물[촬영 강수환]

이형진 기부자가 모은 고물
[촬영 강수환]


특히 이씨는 기부금과 함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쓴 손 편지도 함께 전달했다.


편지에는 "희망은 곧 삶의 원동력입니다. 멈췄을 때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사랑의 근원이신 하느님이시여! 이 작은 나눔이 이름 모를 길 잃은 어린 소년의 가정에 희망의 새싹이 되도록 영원토록 보살펴 주옵소서"라고 적었다.

1970년대 월남전에 통역관으로 참전했던 참전유공자이기도 한 이씨는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갚아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선행을 알게 된 이웃 주민들도 한마음으로 이씨를 도왔다.


이씨가 자고 일어나면 집 문 앞에는 이웃들이 가져다 둔 폐지가 쌓여 있을 때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모으고 모은 고물은 22년을 함께한 그의 쏘나타 승용차에 한가득 실려 있다.

녹슬고 헤졌지만 20만㎞ 넘게 주행하고도 여전히 튼튼하다고 자랑하는 그의 미소에서 검소한 삶의 태도가 엿보였다.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많은 분이 한 가정, 한 아이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천만원 기부한 이형진 씨[촬영 강수환]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천만원 기부한 이형진 씨
[촬영 강수환]


sw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원훈 신인상 수상
    김원훈 신인상 수상
  2. 2백악관 황금열쇠
    백악관 황금열쇠
  3. 3탁재훈 추성훈 신스틸러상
    탁재훈 추성훈 신스틸러상
  4. 4서강준 연기대상
    서강준 연기대상
  5. 5쿠팡 개인정보 유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연합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