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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또 인재" 대구 노곡동 침수...'펌프장 제진기 미작동·수문 미개방'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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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비에 상가, 주택, 차량 등 침수 피해
당시 제진기 작동 중단, 수문도 닫혀 있어
2010년에도 '제진기 미작동' 대규모 피해
대구시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해 원인 조사
시민단체 "빗물 터널 등 대책 마련" 촉구


119구조대가 지난 17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119구조대가 지난 17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지난 17일 극한호우로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 침수 당시 금호강과 마을을 잇는 수문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수펌프장 제진기(물과 함께 유입되는 쓰레기 등을 걸러 내는 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구체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돌입하는 한편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주민 눈높이에 맞을지 미지수다. 시민단체는 배수펌프장 시설 노후로 이상기후 대응이 힘든 수준이라며 빗물터널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은 21일 성명을 통해 배수시설 사전 점검 및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며 "예방이 가능했던 이번 노곡동 침수 피해에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관리 부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대구에는 최대 14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노곡동 일대에는 134㎜가 내렸고,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48.5㎜였다. 이 비에 도로가 물에 잠겼고, 사업장 20곳과 주택 5채, 차량 40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소방 당국과 지자체 등은 구명보트로 주민 26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긴급 배수작업은 침수 약 2시간 뒤인 오후 4시 19분쯤 마무리됐다.

대구 북구 노곡동 배수펌프장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굴착기를 이용해 펌프장에 쌓인 쓰레기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대구=뉴스1

대구 북구 노곡동 배수펌프장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굴착기를 이용해 펌프장에 쌓인 쓰레기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대구=뉴스1


노곡동 일대는 금호강과 인접한 저지대로 상습 침수지역이다. 2010년 7, 8월에도 많은 비가 쏟아져 주택과 차량 등이 침수됐다. 그해 사고 한 달 전 관할 지자체가 3억여 원을 들여 제진기를 설치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택 120여 채와 차량 140여 대가 침수되는 대형 피해가 발생했다. 반복된 피해에 주민들이 분노하자 당시 김범일 대구시장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대구시는 2013년 노곡동 일대에 초당 최대 14톤의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직경 3m, 길이 724m 규모 '고지배수터널'을 건설했지만 15년 전과 똑같은 침수 피해를 막지 못했다.

이번 폭우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배수펌프장 제진기 작동 오류'를 침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진기에 쓰레기가 쌓여 있어 배수 기능을 못했다는 것이다. 노곡동 한 주민은 "평소에도 배수펌프장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게 자주 보였다"며 "예방 역할을 해야 할 배수펌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폭우 당시 제진기 가동은 중단된 상태였다.

폭우 때 마을에서 금호강으로 흐르는 연결 지점의 수문 2곳 중 1곳도 닫혀 있었다. 평소 금호강 수위가 낮을 때는 수문을 열어 자연 배수를 하고, 일정 수위에 도달하면 수문을 닫고 배수펌프로 배수한다. 그러나 자연배수 시에도 수문이 닫혀 있었고, 배수펌프는 지난 4월 절연 계통 고장으로 수리 중이라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시 수문이 닫혀 있었고, 제진기 가동도 중단돼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것 때문에 물이 역류했는지는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산불 영향에 따른 이물질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8일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노곡동 한 가정집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18일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노곡동 한 가정집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대구시는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침수 원인을 분석하고 재해 대응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피해 현장에 원스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주민들에게는 차량 렌트와 긴급 금융지원, 가전 무상 수리 등을 지원키로 했다. 전문 손해사정사를 투입해 피해액을 산정해 보상액을 결정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등은 시설 노후화에 따른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안실련에 따르면 대구시가 관리하는 배수펌프장은 총 22곳인데, 이 중 9곳은 4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고 10년 빈도(시간당 54.1㎜) 호우에만 대응 가능하다. 안실련은 "현행 배수 인프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고 침수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배수시설을 전수 점검하고 대형 빗물터널, 대심도 배수로 건설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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