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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버팀목 대출 한도 축소에 한숨 짓는 청년·비아파트 임대업자들

조선비즈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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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A씨는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대출 규제 강화 정책(6.27 대책)으로 전세 대출 한도가 줄면서 1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최근 월세로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2억원의 청년 버팀목 대출을 받고 세입자 자금 5000만원을 더해 전세보증금으로 총 2억5000만원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28일부터 청년 버팀목 대출 한도가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A씨는 전세 보증금 마련을 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하는 수 없이 전세를 포기하고 보증금 3000만원에 매달 90만원을 납부하는 월세로 계약을 변경했다.

청년 버팀목 대출은 전세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해 연 2%대의 낮은 금리로 공급하는 주거 정책 상품이다. 소득 5000만원 이하의 청년들에게 전용 84㎡ 이하,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보증금의 80% 이내로 최대 2억원까지 대출을 지원해 왔다. 연 4%대의 일반 대출보다 2%대로 절반 가까이 낮은 금리 때문에 최대 한도로 대출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6.27 대책에서 청년 버팀목 대출 한도를 5000만원 낮추면서 청년들은 전세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청년 버팀목 대출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는 정책 대출 규모가 최근 2~3년 간 크게 늘어 한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대출 규모가 2~3년 전과 비교해 2~3배로 증가해 이를 줄이기 위해 최대 한도를 낮춘 것”이라며 “최대 한도의 50~60% 정도의 대출을 받는 분들은 이번 한도 축소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버팀목 대출 한도 축소가 당황스러운 것은 청년들만이 아니다.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운영 중인 임대사업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하는데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면서 그만큼 임대사업자들이 투입해야 하는 자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로 구성된 한국임대인연합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택 1~2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8~10채 이상의 임대주택을 등록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임대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처분을 할 수 없고,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위축된 상태다.

이번 청년 버팀목 대출 한도 축소로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 만기로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은 늘어나게 된다.

지난 2017년 정부는 ‘등록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장기(8년) 임대사업자에게 취득세·재산세 감면, 양도세 중과 제외, 종부세 합산배제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세 계약이 체결된 주택을 매입해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격차가 크지 않은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임대사업자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3년 뒤인 2020년 정부는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다주택자의 투기와 세금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돌연 장기(8년) 단기(4년)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했다. 임대사업자에 제공하겠다던 세제혜택 등도 점진적으로 축소시켰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지난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서민들을 위한 주거시설 공급에 기여했지만, 전세사기 사태가 확산하면서 모든 임대사업자들이 전세사기범 취급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공공 임대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주택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사회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일정 부분 뒷받침하고 있는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의 부담과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예외 조항을 넣는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획일적 규제는 결국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난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만 앞세워 엉뚱한 곳에 칼날을 휘두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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