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21일 이임식을 갖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조 전 장관이 지난 15일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21일 이임식을 갖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위원이었던 조 전 장관은 먼저 이날 이임사를 통해 “이제 여러분들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라며 “‘헤어질 결심’이 필요했던 것도 아닌데 두 달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 장관 아닌 장관으로 남아 있게 되어 참 민망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상상조차하지 못했던 일’로 규정한 조 전 장관은 “중도하차하게 된 미완의 정부 외교장관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여러분과 함께 한 지난 1년 반의 시간은 한껏 고양된 국가적 위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심신의 고달픔을 잊고 일에 몰두한 영광과 보람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계엄·탄핵 정국과 그 이후의 시간도 그 점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었다”면서 “우리의 민주적 복원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에 변함이 없음을 외교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설적이지만 권한대행체제 하의 비상시국이었고 정상외교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수장으로서 우리 외교를 책임지며 이끌어야 했던 시기였기에 위기 관리자로서 책임과 보람은 오히려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유지와 한일·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 뮌헨안보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 그리고 시리아 방문을 통한 한·시리아 외교관계 수립 등을 거론했다.
조 전 장관은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개인적으로는 운명처럼 다가온 위기의 순간과 이후 국무위원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무거운 짐이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깨달으며 고군분투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며 “절대고독의 의미를 절감해야만 했던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분들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은 어느(一) 날 저녁(夕) 비수(匕)처럼 날아오는 것이 죽음이라는 죽을 ‘사’(死)의 파자(破字) 의미처럼 “우리 삶 속에서 위기의 순간은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비수처럼 예고없이 불쑥 찾아온다”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대비하는 공직자의 마음과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후배 외교관들을 향해선 “무거운 짐을 벗는 제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만은 않은 것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직면하게 될 대외환경이 너무 엄중하기 때문”이라며 “여러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직무에 임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도 있고 나라의 안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길 바란다”고 애정어린 당부를 남겼다.
또 “강대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전략적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가기 위해서는 확고한 원칙을 토대로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실용은 원칙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섰을 때 비로소 신뢰와 설득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틀 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조 전 장관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