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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때문에 서울 떠난 청년 2년간 10만명, 어디로 갔나 [이슈&뷰]

헤럴드경제 김희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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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9만9000명 이탈, 30대 집중
서울 PIR 11.3…비주택 거주 늘어
경기·인천 이동, 거주 여건차 뚜렷
공공임대 경쟁 치열…공급 역부족


“서울살이가 꿈이었으니 오긴 왔죠. 원룸살이 5년 하니 ‘현타(현실 자각타임)’가 오더라고요. 고향 친구들은 차 사고 집도 늘려가는데 저는 늘 제자리걸음이었어요. 비싼 돈 내고 비참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경남 출신 서울 거주 직장인 김모(28)씨)

9만9395명. 지난 2년간(서울시 청년통계, 2022~2023년 기준) 서울을 떠난 젊은이들의 숫자다. 경남 밀양과 같은 지방 도시 하나와 맞먹는 인구가 수도 밖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서울은 20대들이 가장 많이 이사 오지만 30대들이 가장 많이 떠나가는 도시다. 20대의 순유입율이 2.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학업, 일자리, 꿈을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인서울(서울 진입)’을 꿈꾼다. ▶관련기사 4면

그러나 뿌리 내리긴 어렵다. 통계청의 ‘2024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순유출이 많은 연령대는 30대(-2만6224명)로 전체(-4만5692명)의 58%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30대의 순유출 비중이 전체의 44% 수준이었던 2014년에 비해서 증가한 것이다.

이들이 서울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주택’, 즉 ‘높은 집값’ 때문이다. 서울시 청년통계에 따르면 35~39세 청년들의 전출 사유 1위는 주택(31.7%)이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1.3(8억6000만원 기준)이었다. 주택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년 3개월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도 ‘서울 내 내집마련’은 쉽지 않았지만 문제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4년 말(PIR 8, 3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필요한 시간은 3년 3개월이 늘고 주택가격은 배 이상 급등했다.


▶“이 돈으로 원룸 사느니 거실있는 집” 주거여건 나빠진 청년 ‘삶의 질’ 찾아 떠난다=집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다보니 ‘주거의 질’은 악화됐다. 2016년부터 2022년 사이 청년 거주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서울시 청년통계)은 29%에서 26%로 감소한 반면 고시원,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거주 비중은 11%에서 18%로 늘어났다.

서울의 집값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까지 밀어낼 정도다. 최근 인천으로 이사간 김 모씨(35)는 “난 서울 토박이인데 떠밀리듯 인천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 후 40년된 노원구 주택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주고 살다가 세를 올려서 다른 집을 알아보니 원룸 월세가 80만원이었다”면서 “지금 사는 집은 복층빌라고 사람 사는 집에서 지내는 기분이 든다.” 고 말했다.

김 씨처럼 서울을 떠난 청년들은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 밀려났다. 2014~2024년 사이 주민등록상 서울의 청년인구는 13%(317만→275만) 줄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경기도는 2%(360만명→353만명) 감소하는데 그쳤다. 서울을 떠난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주거 여건이 나은 경기권에 정착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서울 거주 청년이 경기도로 나갈 경우 있는 주거의 질은 눈에 띄게 개선된다. 직방에 올라온 매물 기준으로 2억원의 보증금으로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선 28㎡(전용면적) 원룸 전세 계약이 가능한 반면, 인천 부평구 청전동에서는 면적이 2배 수준인 57㎡의 투룸 빌라에서 살 수 있다. 다만 ‘주택’을 이유로 서울을 떠난 절대 인구 수는 2016년 7만7271명에서 2023년 4만8867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 수석위원은 “수도권으로 인구유출이 늘어나기에 서울의 절대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면서 “중장년층보다 경기, 인천에 터를 잡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찾아 경기 등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은 더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청년 있어야 도시 활력” 서울시, 청년 주택 공급 안간힘=청년들이 서울 밖으로 밀려나자, 서울시 또한 월세 및 전세대출 이자지원과 같은 금융지원과 공공임대 확대 등의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속적인 청년 인구 감소는 이미 전국 최하위 수준인(0.58)인 출산율과 더해져 도시의 활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구이동 통계에서는 30대 이상의 모든 연령층이 서울을 떠나는 흐름이 확인됐다. 이는 청년 인구 유출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빠져나간 인구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을 비롯해 장기전세 등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총 2만5260호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청년안심주택 77개 단지를 준공해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늘려왔다. 역세권 주택을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은 수요가 폭발적이다. 올해 1차 모집의 평균 경쟁률은 146대1에 달했다.

문제는 앞으로 공급 속도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그러나 공급량은 이 같은 수요를 따라와주지 못하고 있다. 청년안심주택 사업자들의 참여가 미흡해 2021년 이후 관련 인허가 물량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2021년 45개소에 달했던 청년안심주택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 4개소로 급감, 올해는 7월 말 기준 0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지금과 같은 입주 물량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당장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임대인 ‘미리내집’을 비아파트형까지 확대해 올해 3500호를 공급하고, 내년 1월 공공임대 주택 수를 늘릴 수 있는 서울주택진흥기금을 설립해 운영할 예정이다. 주거부담을 완화하고자 서울시는 올해부터는 자녀가 있는 무주택 가구에 2년 간 최대 720만원의 월세를 지원하는 정책도 시작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청년의 서울 밖으로 이동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내 주택공급 물량이 부족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청년층이 매매 여력이 닿는 수도권 및 신도시로 이동하는 악순환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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