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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AI? 거칠고 비뚠 ‘사람손’이 그립다

조선일보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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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간 탱화 그리는 영상 화제
손글씨 대회 참가 전년 比 150% ↑
“디지털 피로 쌓여 아날로그 찾아”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한 학생의 졸업 작품 완성 과정을 담은 ‘어느 미대생의 2300시간 졸업 작품’이란 유튜브 쇼츠 영상이 최근 1493만 조회 수(20일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올라온 이 영상은 약 10개월에 걸쳐 탱화(幀畫)를 그리는 과정을 담았다. 세로 길이 약 175㎝인 대형 그림에 수십 명이 등장하는 ‘미륵하생경변상도’를 밑그림부터 채색까지 하나하나 완성시켜 간다. 댓글난엔 “사람 손으로 정성껏 한 땀 한 땀 그린 작품, 끈기와 인내 대단하다” “AI 영상 보다가 이걸 보니 힐링 된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접하는 콘텐츠들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비슷한 무언가’로 넘쳐 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사람 손[手]으로 직접 제작한 ‘휴먼터치(Human Touch)’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누군가의 손을 거쳤고, 시간이 들었고, 감정이 묻어 있다는 사실이 콘텐츠의 가치를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5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학생이 제11회 교보 손글씨 대회 예선용 응모 용지에 손으로 직접 시를 쓰고 있다./교보문고

지난 4월 15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학생이 제11회 교보 손글씨 대회 예선용 응모 용지에 손으로 직접 시를 쓰고 있다./교보문고


2015년부터 ‘손글쓰기문화확산위원회’(위원장 신달자)가 주최해 온 ‘교보 손글씨 대회’는 최근 참가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누적 참가자는 약 18만5000명인데, 올해만 7만5134명이 참여했다. 전년 대비 150% 이상 늘어난 수치. 한지유 교보문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대리는 “손글씨는 가장 대표적인 아날로그 활동이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라 매년 참가자 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선 형광펜과 볼펜으로 꾸민 아날로그 노트 필기 콘텐츠가 ‘스터디그램’이란 이름으로 유행 중이다. 손으로 문장, 단어 등을 개성 있게 표현한 캘리그래피 작품을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만 474만개(‘#캘리그래피’ 기준)에 달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필사책은 지난해 29종에서 올해 102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13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AI 시대의 정서적 반작용’으로 설명했다. 콘텐츠 생산 속도나 정보 전달 능력에선 AI가 앞설 수 있지만, 공감과 진심, 감성의 깊이는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AI 콘텐츠는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최근엔 오히려 대체 불가능한, 오롯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수작업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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