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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지현]공천에, 인사에, 이권에… 안 걸친 데 없는 건진 의혹

동아일보 김지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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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던 자신의 법당을 스스로 ‘용산 대통령실 출장소’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이곳을 찾는 국회의원과 전직 장관, 기업인 등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인사 및 공천 청탁을 접수한 뒤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많게는 건당 3억 원까지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보도가 있다. “초선 의원 정도는 여기 들어오지도 못한다”던 그의 말을 들었다는 측근의 설명에서 전 씨가 누린 위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법당에선 명함 수백 장과 다수의 이력서가 발견됐다.

▷검찰이 압수한 전 씨의 휴대전화에도 전방위적 공천 개입 및 인사 청탁 정황이 남아 있다. 그가 대선 후 김건희 여사와 ‘윤핵관’ 의원들에게 넣은 대통령실 인사 민원과,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 군수 후보 공천을 요구한 기록 등이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을 청탁했던 명 씨는 지난해 초 “(김 전 의원이) 내가 아니라 건진법사가 공천을 줬다고 하고 다닌다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공식 직함도 없는 브로커들끼리 대통령 부부 주변에서 누가 더 ‘윤심’에 가까운지 경쟁하고 다닌 꼴이다.

▷전 씨가 2023년 국민의힘 대표 선거 때 친윤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통일교 간부와 함께 신도 동원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해당 간부는 전 씨에게 김 여사 선물용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전달했던 인물이다. 전 씨는 올 초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공천 신청자나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은 “기도비”라고 주장했다는데, 검찰은 이를 청탁의 대가로 보고 있다. 무속인을 빙자한 정치 브로커였다는 것이다.

▷그간 그와의 관계를 일축해 온 윤 전 대통령 측 해명도 가려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 씨는) 스님으로 소개받아 인사한 사이”라며 ‘무속 비선’ 논란을 일축했다. 당선 후엔 대통령실 관계자가 국회에 나와 김 여사와 전 씨 사이 1년간 교류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 씨 휴대전화에선 정권 초부터 김 여사 수행비서 번호로 수십 차례 연락을 한 정황이 나왔다고 한다. 이 번호는 ‘건희2’로 저장돼 있었다. 김 여사 청탁의 통로였을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선 “후보 주변에 달라붙어 한몫 챙기려는 파리 떼가 들끓는다”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윤핵관을 비롯해 주변에 기생한 전 씨 등을 향한 경고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윤 전 대통령 측은 “비하 발언”이라고 오히려 발끈했고, 당선 후에도 끝내 이들과 절연하지 못했다. 제때 쫓아내지 못한 파리 떼가 비단 건진뿐일까. 비선 게이트는 이제 막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김지현 논설위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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