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권도현 기자 |
자녀 조기유학·논문 표절 논란 등 ‘커버 불가’ 판단한 듯
국정 동력 악영향 차단 목적…야당에 ‘통합 메시지’ 전달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배경은 악화된 여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 지지층에서마저 ‘자격 미달’이라는 비판을 받은 후보자의 거취를 이 대통령이 직접 정리함으로써 인사 문제로 국정 동력이 발목 잡히는 일은 피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비판 여론이 높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이어서 이 후보자 지명 철회의 효과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 결정은 지난달 29일 이 후보자 인선을 발표한 지 3주 만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나흘 만에 내려졌다. 이재명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자로 이 후보자가 기록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제기된 의혹들이 치명타가 됐다.
제자 논문 표절·가로채기 의혹은 교육 수장이 되기에는 결정적인 흠결로 작용했다. 두 자녀 모두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고액의 사립 기숙학교에 다녔고, 특히 차녀의 불법 조기유학 사실도 드러났다. 초중등 교육을 관할하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교육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충남대 총장 재직 당시 교내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도 논란이 됐다.
숱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정책 관련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자질 논란이 더 커졌다. 인공지능(AI) 교과서, 고교 학점제, 초중고교 법정수업일수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을 못하거나 틀린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만약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추가로 의혹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교육 수장으로서 부적격인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은 싸늘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교육 관련 단체와 ‘우군’인 참여연대 등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가 나왔다. 김상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대통령에게 그만 부담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득구 의원은 전날 “현명한 결단을 요청드린다”며 이 후보자를 압박했다. 통상 후보자를 엄호하는 역할을 맡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의 방어나 지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의 전날 면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통합과 협치, 인사가 관련성이 매우 높다”고 했는데, 그는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유임시키는 등 인사를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이번 지명 철회도 야당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함으로써 국정운영에 야당의 견해를 청취하는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원단체는 일제히 지명 철회를 반겼다.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환영하며 교육대개혁을 이룰 교육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유치원, 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가 조속히 재지명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