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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과학의 미래예측…만들어야 길이 된다 [김백민의 해법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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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과 그린피스, 에너지전환포럼, 김성환 의원실 등의 주최로 지난달 18일 인공지능(AI) 혁신성장을 위한 에너지정책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국회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과 그린피스, 에너지전환포럼, 김성환 의원실 등의 주최로 지난달 18일 인공지능(AI) 혁신성장을 위한 에너지정책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기후과학자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한가지 진리는 미래는 결국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정교한 모델과 방정식을 동원해도 자연의 변화무쌍함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절망이나 체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과학에 기반한 예측은 불확실한 미래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기후과학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잘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아무리 멋진 길이 펼쳐져 있어도 직접 걸어가지 않으면 소용없다. 현실 세계의 미래는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이재명 정부가 기후·에너지 대전환과 인공지능을 화두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알이(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은 과학계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특히 의미가 크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통합된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까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로 분산되어 있던 정책을 일원화함으로써 정책 추진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고속도로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현재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나르는 체계를 더욱 고착화할 우려가 있어, 지역 분산 에너지 산단을 활성화하고 분산형 네트워크 구축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알이100 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이미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100%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많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시대의 화두인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을 연계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가 보여주듯 인공지능의 핵심에는 막대한 에너지 확보가 있다.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총동원해 에이아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반대로 국가 에이아이 역량이 높아지면 분산에너지 망의 스마트 그리드도 더욱 지능화한다. 에이아이와 에너지 전환은 서로를 가속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를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에너지 전환과 에이아이 혁신이라는 두 거대한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산업 구조 전반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석탄 화력발전소뿐 아니라 내연기관차, 전통 제조업, 에이아이로 대체 가능한 수많은 직종이 동시에 사양길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 사이의 시공간적 불일치가 가장 큰 문제다. 이런 급격한 전환기에는 단순한 재교육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재편을 염두에 둔 장기적 전략과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우려는 현재 한전의 전기 독점 체제를 개혁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상 발전부터 송배전을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파격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나 분산형 전력망 구축은 너무나도 어려워 보인다. 망 중립성 확보와 경쟁 도입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확신과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 그리고 리더십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과학이 알려주는 올바른 방향이 정해졌다면 자신 있고 과감하게 그 길을 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망설임이 아니라 결단이다.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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