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택 4∼5채 있던 자리 1채밖에 안 남아" 산청 주민 망연자실

집중호우·산사태가 휩쓴 마을 (산청=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와 산사태로 파괴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2025.7.20

(산청·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김동민 기자 = "여기 주택 4∼5채가 있었는데 1채밖에 안 남았어요."

20일 취재진이 찾은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에서 주민 이용만(75)씨는 이같이 말하고 한숨지었다.

이 마을은 지난 19일 하루에만 300㎜ 상당 퍼부은 극한호우에 발생한 산사태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현장은 거대한 흙더미와 잔해로 뒤덮여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대부분 주택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리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을 길 곳곳에는 가재도구와 건축 자재 파편들이 진흙 속에 파묻혀 나뒹굴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쏟아져 내린 토사와 바위, 뿌리 뽑힌 나무들이 뒤섞여 도로와 주택가를 완전히 덮었다.

흙더미 사이에는 미처 피하지 못해 폐사한 송아지 사체 등이 처참한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

산사태가 지나간 산비탈은 거대한 갈색 띠로 변해 있었고, 주변 하천도 흙탕물로 가득 차 범람 직전의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산사태가 휩쓴 마을 (산청=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와 산사태로 파괴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2025.7.20

이같은 상황은 부리 내부마을뿐만 아니라 산청 내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산청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박지현(41)씨도 이날 공장을 오가며 산청 일대를 살펴본 뒤 "다 엉망진창이 됐다"고 전했다.

박씨는 "나무가 촘촘한 데는 상관이 없는데 베어냈거나 듬성한 데는 다 무너져내렸다. 이게 논인지 밭인지 산인지 모를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장 상황을 수습하느라 오가는 길에 보니 병정·내수·차황 이런 덴 다 통제돼 있고 다리도 다 무너지고, 오부면 쪽 도로도 포트홀이 생겨서 사고 위험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장에는 여기저기 (복구) 인력이 있고 전기공사 차량도 있지만, 엉망진창이 돼 놓으니 들어가지를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굴다리같은 곳도 쓸려 내려온 나무토막이 쌓여있으니 차량 왕복이 쉽지 않다"며 "도움이 절실한 곳은 많은데 손이 다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무하는 공장 같은 경우 뒤에 있는 밤산(밤나무산)이 다 무너져내려서 토사가 공장 뒷마당으로 밀려 들어왔다"며 "지금은 뻘밭이 된데다 전기가 복구 안 돼 공장 가동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박씨는 "산청군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지금은 실종자 수색 때문에 지원이 힘들다고 한다"며 "당장 날이 더워지니 이미 고인 물에서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여러모로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ks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