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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내년부터 ‘독립이사’로 명칭이 바뀌는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세간의 우려처럼 거수기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안건 찬성률이 99.8%나 나온 것.
반대한 안건 역시 개인의 소신 등에 의해서 나온 게 아니라 대표이사나 경영진의 안건 부결 의지에 동조하며 나온 것이어서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1개 그룹 소속 122개 상장사는 지난해 총 1222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 3575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중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횟수는 6개 안건, 18차례 등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15건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안건을 부결시키는 데 동조해 함께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었다.
경영진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소신껏 목소리를 낸 경우는 겨우 3건이었고, 이 중 2건은 동일인이었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표결을 하지 않고 기권한 사례도 1건에 그쳤다. 전체 사외이사 449명 가운데 지난해 이사회 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독립적인 입장을 나타낸 사외이사의 수가 3명(0.67%)뿐인 셈이다.
특히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8%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통상 며칠 전부터 안건을 사전에 조율하기에 통과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는 독립성 결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엄격한 결격 요건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이지 않은 사외이사가 많이 선임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자(CEO)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학연 등은 걸러낼 수 없고, 해당 회사가 아닌 다른 계열사 등과 관계가 있는 경우도 걸러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이사회 내 의무 선임비율을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런 제도적 맹점이 여전하다면 이 제도가 이름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뿐 아니라 전문성을 담보할 수단 역시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학계 전문가는 “독립성 때문에 안건 반대율이 낮은 것인지, 아니면 실제 안건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히 있는지 두 가지 측면을 다 봐야 한다”면서 “정말로 경영진 의견에 찬성해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해당 분야 전문성이 없어서 의견을 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독립이사로 이름만 바꿨다고 진짜 독립된 이사가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독립성이 중요한지 전문성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면서 “관계 출신과 교수가 많은 우리와 확연히 차이가 있는 해외 주요국 이사회 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