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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의 한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 그림.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나타낸다./헤리티지 옥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 성범죄로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음란한 내용을 담은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그가 과거 여러 장의 스케치 그림을 그려 자선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사실과 다른 정황이 있다는 의미다.
19일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의 과거를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 그는 뉴욕의 자선 단체에 정기적으로 그림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엡스타인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WSJ이 보도한 시기(2003년)와 겹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방식도 유사했다. WSJ은 트럼프가 굵은 검은색 마커로 나체 여성의 윤곽을 그렸고 그림 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기부한 그림도 굵은 펜으로 그려졌고, 서명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은 주로 그가 부동산 사업을 벌인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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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의 한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 그림. 맨해튼 리버사이드 사우스 개발 프로젝트를 묘사했다./소더비 |
트럼프는 WSJ 보도 직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가짜 기사”라고 한 바 있다. 스티븐 청 백악관 홍보국장도 “트럼프는 WSJ이 묘사한 것 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2008년 자신의 저서(Trump Never Give Up: How I Turned My Biggest Challenges Into Success)에서 “무언가를 그리는 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고 거기에 서명을 한다”며 “그림은 뉴욕의 배고픈 사람들을 돕기 위해 수천 달러를 모금하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NYT는 “트럼프는 수년에 걸쳐 다양한 자선 단체에 그림을 기부해왔고 이 스케치는 WSJ이 보도한 편지와 같은 시기에 기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보도 직후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WSJ 기자 두 명과 발행사 다우존스, WSJ의 모기업 ‘뉴스코퍼레이션’과 소유주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법원에 이 사건 ‘대배심 증언’ 공개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배심 증언은 검찰의 수사 기록은 아니지만, 사건 증인·피해자들이 배심원 앞에서 비공개로 진술한 내용이다. 트럼프는 이들 증언을 토대로 자신과 엡스타인이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려고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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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6년 그린 조지 워싱턴 다리 그림/쥴리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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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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