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대급 안보 사고...아프간인 협력자 정보 유출 파장

[앵커]
영국에서 탈레반 재집권 이전 영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영국 정부는 피해자 수천 명의 이주를 수용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혼란 수습 비용만 13조 원에 이르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런던 조수현 특파원입니다.

[기자]
미군과 영국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후인 2022년 2월.

서방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을 우려해 영국에 이주를 신청한 만8천7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습니다.

영국의 한 해병대원이 이들의 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실수로 잘못 보낸 겁니다.

[잘릴 네그자 / 사이버 안보 전문가 : 이런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보안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긴 합니다.]

2023년 8월에야 진상을 파악한 영국 정부는 피해자를 위한 영국 정착 프로그램을 마련해, 6천900명이 이주했거나 곧 합류할 예정입니다.

국방부는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사과하면서, 정보 유출만으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존 힐리 / 영국 국방장관 : (조사 결과) 탈레반의 장악 후 4년이 지난 지금 정보 유출만으로 이들이 표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유출 명단에 포함된 아프간인 6백여 명은 영국 국방부를 상대로 각각 9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드난 말리크 / 배링스 로펌 소속 데이터보호국장 : 탈레반은 공격적으로 이들을 찾고 있어서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이들의 생명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죠.]

영국 법원은 그동안 안전 보장을 이유로 정부의 요청에 따라 관련 보도와 사실 공표를 금지했는데, 최근 금지 해제를 결정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영국 정부는 역대급 안보 사고로 꼽히는 이번 혼란을 수습하는 데 드는 비용이 70억 파운드, 우리 돈 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런던에서 YTN 조수현입니다.

촬영: 유현우

YTN 조수현 (sj102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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