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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편지와 미사일 쥐고 있는 트럼프...세계가 ‘화들짝’

조선일보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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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국제뉴스]
안녕하십니까 독자 여러분,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7월입니다. 날씨마저 양극화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폭염 땐 외출 시 선크림을 자주 바르시고, 폭우 땐 빗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의 ‘지구본’은 계속 돌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편지’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결정 등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여러 소식이 들려온 한 주였습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정리한 국제뉴스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세계 정상들 떨게 만드는 공포의 트럼프 ‘관세 편지’...친구에게 더 가혹?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이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각국 수장 등이 수신인으로 돼 있는 서한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리면서 일정 수치의 상호 관세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4월 주요 교역 상대국 57국에 대해 상호 관세율을 책정해 발표하고, 이를 90일간 유예했습니다. 이후 유예 종료 시점(7월 8일)에 맞춰 서한을 일일이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편지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당신(상대국 정상)에게 이 서한을 보낼 수 있어 커다란 영광”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불만을 알리고, 관세율을 일방 통보한 뒤 협상 시한 전까지 여지를 줍니다. 사업가로 여러 협상을 주도하며 원하는 이득을 취해온 트럼프의 특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트럼프는 오랜 동맹이나 우방도 봐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25%라는 숫자에서 변함이 없었지만, 최근 유럽연합(EU)에 대해 발표한 상호 관세율 30%는 4월 발표(20%)에서 대폭 상승했습니다. 트럼프는 캐나다엔 4월(25%)과 비교해 10%포인트 오른 35%를 예고했고, 동남아시아의 군사동맹 필리핀에도 4월 발표 때보다 3%포인트를 올린 20%의 상호 관세율을 통보했습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가장 혹독한 경험을 하고 있는 나라는 브라질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4월 발표 당시(10%)보다 다섯 배나 올린 50%를 통보했습니다. 트럼프는 서한에서 룰라의 정적이자 자신과 친밀한 사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현 브라질 정부의 사법 처리 절차도 맹비난해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협상을 마친 나라는 손에 꼽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서한을 받은 나라들은 협상 시한으로 제시된 8월 1일까지 최종적으로 자국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시한까지 이제 2주 정도 남았습니다. 요즈음 국제정치는 “국제사회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다만 영원한 국가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경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관세 편지’ 25통 열어보니… 트럼프, 우방에 더 가혹하다

◇美의 ‘관세 칼날’에 맞서...멕시코는 토마토 방패, 브라질은 오렌지 방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칼날’에 맞서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경제 대국들이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미주 지역에 통상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 국제무역청은 지난 14일 2019년부터 적용해왔던 멕시코산 수입 신선 토마토에 대한 반덤핑 관세 유예 조치를 끝내고 90일 뒤부터 17.09%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0%의 상호관세율 통보와는 별개로 토마토를 꼭 집어 별도의 ‘핀셋 관세’를 예고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토마토의 약 70%가 멕시코산이며 연간 수출액은 28억달러(약 3조8805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 내 일부 토마토는 플로리다 등지에서 생산되지만, 맛과 신선도 면에서 멕시코산과 경쟁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멕시코 측이 이런 상황을 활용해 미국을 상대로 ‘역공’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15일 “고품질 멕시코 토마토는 미국이 대체할 수 없다”며 “토마토 생산자들과 협의해 다음 주쯤 일련의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50%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은 브라질은 미국과 통상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오렌지와 커피를 무기로 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오렌지주스의 약 60%, 커피의 약 30%가 브라질에서 들어오거나 브라질산 원료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오렌지주스의 경우 미국산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의 가격에 큰 변화가 생기면 아무래도 각국 소비자들이 동요하고, 정부에 대한 성토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美가 던진 ‘관세 폭탄’… 멕시코 방패는 토마토, 브라질은 오렌지

◇트럼프 “우리 무기 지원하면 모스크바 칠 수 있겠나” 젤렌스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전쟁’과는 별개로 지난 14일 러시아의 침공에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만난 뒤 나토가 미국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식의 무기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나토가 먼저 미국 무기를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이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는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해 더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했고, 뤼터는 “미사일뿐 아니라 탄약도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그동안 ‘강력한 지도자’라 칭송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서도 강한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언해 온 트럼프가 러시아의 잇따른 공격으로 여러 차례 체면을 구기자 푸틴에 대한 신뢰를 거둔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그는 “러시아가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와 종전 합의를 하지 않으면 매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교역 상대국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4일 이뤄진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보도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트럼프가 “장거리 공격용 무기를 지원받는다면 모스크바(수도)와 상트페테르부르크(제2 도시)를 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젤렌스키는 ‘물론’이라고 답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미국이 공급한 무기가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심장을 타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美, 우크라에 모스크바 때릴 미사일 보낼 수도”

◇프랑스 “두려운 존재 되기 위해선 강력해야”...계속되는 유럽 군비 증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4일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기념일 군 퍼레이드를 지켜보기 위해 도착한 모습.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4일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기념일 군 퍼레이드를 지켜보기 위해 도착한 모습. /AFP 연합뉴스


핵을 보유한 프랑스가 군비 확대를 예고하고, 유럽에 대한 ‘핵우산’을 펼칠 것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독일과 영국이 일제히 국방비 증액을 선언한 데 이어 프랑스도 대열에 동참하며 ‘강한 프랑스’를 천명한 것입니다. 군비 증강 등을 통해 유럽 국가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상승 작용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 기념일’ 전날인 13일 “2027년까지 국방 예산을 640억유로(약 103조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세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 하고, 두려움을 주려면 강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내에서 수동적 동맹국이 아니라, 유럽 방위의 중심 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프랑스는 유럽연합(EU) 내 유일한 핵 억제력을 보유한 국가로서, 유럽 전체의 안보를 보장할 책무가 있다. 영국과 함께 유럽의 극단적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 국가의 안보는 누구에게 의존하기 보단 결국 스스로 책임질 힘이 있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유럽에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고, 러시아가 위협을 본격화하는 최악의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독일과 영국에 이어 프랑스도 본격적으로 군비 확대 및 국방력 강화에 나서면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유럽의 재무장 흐름은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마크롱 “두려운 존재가 돼야 자유 지킬 수 있다”

◇에어컨 이용해 괴롭히는 ‘에어하라’...日 뒤덮는 각종 ‘-하라’ 주의보

13일 서울 한 대형마트 에어컨 판매 매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13일 서울 한 대형마트 에어컨 판매 매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적정한 에어컨 틀기란 무엇인가.’ 무더운 여름만 되면 고민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실내 추위를 못 견뎌 몰래 에어컨을 끄거나, 설정 온도가 못마땅해 슬쩍 숫자를 바꿔본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이른바 ‘에어하라’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에어컨의 ‘에어’와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 해러스먼트(harassment)의 일본식 표현 ‘하라’의 합성어인 에어하라는 직장 상사가 일방적으로 에어컨 온도를 설정한 뒤 바꾸지 못하게 해 부하 직원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뜻합니다.

에어하라의 본질은 ‘지위를 이용해 과도하게 온도를 설정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안 틀어도 문제, 너무 틀어도 문제인 에어컨의 특성을 파고든 것입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각종 괴롭힘을 뜻하는 신조어 ‘-하라’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권력형 괴롭힘은 ‘파와하라’, 성적(性的) 괴롭힘은 ‘세쿠하라’입니다. 혼잣말이나 시끄러운 타자 소리로 집중을 저해하는 ‘오토하라’, 사투리 사용자를 비웃는 ‘다이하라’, 유권자가 표를 대가로 선거 입후보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효(票)하라’, 고객 갑질을 뜻하는 ‘카스하라’ 등이 있습니다. “그런 행위가 바로 괴롭힘”이라는 말을 남발하며 상대를 위축시키는 ‘하라하라’까지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는 일본괴롭힘협회에서 2025년판 ‘괴롭힘 45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사람 좀 괴롭히지 맙시다.

日 무더위가 만든 신조어 ‘에어하라’

◇“스님 10여명과 잤다” 불교의 나라 태국, 승려 섹스 스캔들에 ‘충격’

태국의 불교계 섹스 스캔들의 중심 인물인 윌라완 엠사와트(왼쪽). 오른쪽 인물은 스캔들에 연루돼 승단을 떠난 한 고승으로 알려진 사람. /더타임스

태국의 불교계 섹스 스캔들의 중심 인물인 윌라완 엠사와트(왼쪽). 오른쪽 인물은 스캔들에 연루돼 승단을 떠난 한 고승으로 알려진 사람. /더타임스


인구 90%가 불교를 믿는 태국에서 유명 사찰 주지를 비롯한 다수의 고승(高僧)이 연루된 ‘섹스 스캔들’ 때문에 태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태국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왕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미스 골프’라는 별명의 윌라완 엠사와트(35)라는 여성이 고위 승려 10여 명과 성관계를 맺으며 3년 동안 3억8500만바트(약 164억원)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며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태국 경찰은 지난달 방콕의 한 유명 사찰 주지가 돌연 잠적했다는 첩보를 듣고 수사에 착수했고, 조사 결과 이 주지는 윌라완과 애인 관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태국 경찰이 압수한 윌라완의 휴대전화 5대엔 윌라완이 9명의 사찰 주지 등 고승과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사진이 8만건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는 승복을 입은 채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 핵심 관계자인 윌라완은 경찰 조사에서 “승려 대부분이 금품 요구에 순순히 응했고, 유혹하기도 쉬웠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태국 경찰은 윌라완이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각종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윌라완과 관계를 맺은 승려 중 9명의 승적은 즉각 박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승려는 철저히 독신 생활을 해야 합니다. 비구(남성 승려)는 인간 여성은 물론, 암컷 동물과도 신체 접촉을 하면 대죄를 저지른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스님들은 정반대 행태를 보였습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승려들의 섹스·뇌물 스캔들에 민심이 동요하자 태국 당국은 승려 30만명의 신원과 범죄 전력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태국 국회는 아예 ‘승려와의 성관계’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법률 입안에 착수했고, 태국 국왕 라마 10세는 승려 81명의 왕실 직위와 예우 경칭을 박탈하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스님 10여명과 잤다”

◇“나는 김치를 담글테니 너는 마라톤을 뛰거라” 中 우한 매료시킨 ‘파오 외교’

하성주 중국 우한 총영사 부부는 재임 2년 반 동안 적극적으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갔다. 아내 이채경씨는 김치 담그기 봉사를 하며 한국 문화를 알렸다(왼쪽). 하 총영사는 여러 차례 마라톤을 완주하며 우한 주민들과 어울렸다. /하성주 우한 총영사

하성주 중국 우한 총영사 부부는 재임 2년 반 동안 적극적으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갔다. 아내 이채경씨는 김치 담그기 봉사를 하며 한국 문화를 알렸다(왼쪽). 하 총영사는 여러 차례 마라톤을 완주하며 우한 주민들과 어울렸다. /하성주 우한 총영사


2년 반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0일 귀국하는 하성주(64) 우한 총영사와 배우자 이채경(60)씨는 지난 17일 중국 우한의 한양메이줴호텔 로비에서 100여 명의 각계 인사가 몰려든 가운데 ‘비빔밥 축제’를 열었습니다. 우한의 5성급 호텔에서 처음으로 열린 공익 한식 행사로, 이씨는 “그동안 우한에서 받은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현지인들은 하 총영사 부부가 우한에서 그동안 ‘파오 외교’를 펼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내는 김치를 담그고(泡·파오), 남편은 마라톤을 뛰었다(跑·파오)‘는 뜻입니다. 공교롭게도 중국어로 ‘담그다’와 ‘뛰다’는 발음이 같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파오 외교’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이씨는 작년 1월부터 중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김치 담그기’ 봉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매회 10~15명이 모인 이 모임은 지금껏 43회 열렸고, 누적 참가자는 800명이 넘었습니다. 행사 예산이 없어 청정원 중국지사에서 절임 배추와 양념을 후원받았고, 모임 장소는 참가자들의 사무실이나 집을 전전해야 했다고 합니다. 모임에선 한복을 입는데, 연간 1만2000위안(약 200만원)의 드라이클리닝 비용은 사비로 충당했다고 합니다.

하 총영사는 두 다리로 ‘마라톤 외교’ 선봉에 섰습니다. 부임 후 1년 반 동안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다섯 차례나 완주하며 현지 유명 인사가 됐다고 합니다. 그가 가슴에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나란히 붙이고 뛰면 응원하러 나온 시민들이 ‘한궈어우빠(한국 오빠)’라고 환호했습니다. 창장일보 등 현지 언론들은 이후 그를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고, 하 총영사는 이 명성을 한국 기업의 애로 사항 해결에도 적극 활용했다고 합니다. 하 총영사는 “지방정부에 현지 한국 기업의 고충을 해결한 적이 있는데, ‘마라톤 뛰는 총영사’라는 점 때문에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회상했습니다.

두 사람이 중국에서 ‘파오 외교’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건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동문으로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하 총영사는 주홍콩 영사, 주중대사관 공사참사관, 주홍콩부총영사를 거쳤고 이씨는 베이징에서 사단법인 글로벌투게더의 중국대표로 활동했습니다.

이들이 귀국해도 현지에서 ‘파오 외교’의 명맥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하 총영사는 내년에도 중국을 방문해 마라톤을 뛸 예정이고, 이씨에겐 우한의 한의원과 호텔에서 김치 행사를 정례적으로 열어달라는 문의가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치 담그고, 마라톤 뛰며… 우한 사로잡은 ‘파오 외교’

이번 주 조선일보 국제부가 준비한 원샷 국제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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