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SJ·루퍼트 머독 등에 '명예훼손' 소송 제기…
WSJ "트럼프, 엡스타인에게 외설 그림 편지 보내"
플로리다주 민주당 소속 재러드 모스코위츠 하원의원이 2024년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위원회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을 들고 있다. 해당 사진은 1997년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 마러라고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뉴스1 |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법원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남부 연방법원에 WSJ 발행사인 다우존스, WSJ의 모기업 격인 뉴스코퍼레이션 그리고 뉴스코퍼레이션의 창립자인 루퍼트 머독과 WSJ 기자 2명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장에서 "피고인들의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엄청난 재정적, 명예적 피해를 입었다"며 최소 100억달러(약 13조93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소송 제기는 전날 WSJ의 "2003년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에게 외설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에 대한 대응이다. WSJ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0여 년 전인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편지에 장난스럽고 외설스러운 그림을 그렸다고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는 굵은 마커를 써서 그린 듯한 나체 여성의 그림이 있었고, 편지에는 "생일 축하해. 하루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비밀이 되기를"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는 당시 엡스타인과 가깝게 지내던 영국 출신 사교계 여성 길레인 맥스웰이 주도해 만든 가죽 앨범에 포함된 것이다. 이 앨범은 트럼프 대통령 이외 재계 인사, 법조계 인사, 대학교수 등 엡스타인 지인들이 보낸 생일 축하 편지를 묶여 제본됐다. 대부분의 편지에는 외설스러운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
트럼프 대통령은 WSJ 보도 이후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 편지는 내가 말하는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며 WSJ의 보도를 강력히 부인하며 WSJ에 대한 소송을 예고했다. 그는 "루퍼트 머독을 법정에 세우고, 그가 운영하는 '쓰레기 더미 같은'(pile of garbage) 신문(WSJ)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걸 기대하고 있다.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소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내부에서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분열이 발생하는 등 엡스타인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엡스타인 미성년자 125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감된 뒤 2019년 교도에서 스스로 사망한 인물로, 그와 친분이 있던 유명 인사의 성 접대 명단 '엡스타인 파일'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특히 해당 명단에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등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을 공개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간 낭비"라며 관련 자료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트럼프 지지층에서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불태우는 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X |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 압박이 거세지자, 전날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엡스타인 사건 관련 '대배심 증언' 공개를 지시했고, 법무부는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엡스타인 관련 대배심 증언 기록 비공개 해제를 요청했다. 대배심 증언은 검찰의 수사 기록은 아니지만, 사건 증인·피해자들이 배심원 앞에서 비공개로 진술한 내용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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