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을까”… 정은경 배우자, ‘이 종목’ 감사의견 거절 직전 2만주 전량 매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마스크 업체 ‘라임’(옛 에프티이앤이)에 투자했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서씨(65)가 해당 종목이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되기 직전 주식 전량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서씨가 해당 종목의 거래정지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이 정 후보자로부터 받은 주식 거래내역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 2017년 7월까지 라임 주식 2만주를 1주당 4500~5300원에 매수했다.

나노 섬유를 이용한 마스크를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라임은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지만, 미세먼지 테마로 주가가 급등락했던 종목이다. 2015년 말부터 나이키 독점 공급, 중국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는데, 2016년 초에는 주가가 91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래픽=정서희

라임에 대한 서씨의 투자 판단은 2017년 9월 바뀌기 시작했다. 이때 회사가 시설·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서씨가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회사는 1주당 2755원으로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당시 3000~4000원대였던 라임 주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서씨는 구주주에게 부여된 신주인수권(신주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만 1주당 1000원에 약 500만원을 받고 팔았다.

그리고 이듬해부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팔기 시작했다. 서씨는 2018년 1월 초부터 3월 7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라임 주식 2만주를 총 17차례에 걸쳐 매도했다. 평균 매도 단가는 주당 6082원으로, 주식을 처분하면서 서씨는 1억2300만원을 현금화했다.

공교롭게도 서씨가 지분을 모두 매각한 직후 라임 주식은 거래정지됐다. 2018년 3월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래정지 직전 라임 주가는 358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라임은 2019년 5월 상장폐지됐다.

일각에서는 서씨가 거래정지 직전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서 투자 손실을 피한 것을 두고 사전에 관련 정보를 들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씨가 회사 경영진과 학연으로 엮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017년 당시 라임에 재직 중이던 임원 10명 중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A(59)씨와 미등기임원 B(63), C씨(71)가 서울대 출신이다. 서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한편 당시 라임은 자금거래 관련 내부통제 부족,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 타당성 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회사는 2019년 박종철 전 대표이사 등 전직 임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 최초로 거래소로부터 상장 취소를 받은 클라우드컴퓨팅 업체 이노그리드의 전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주영 의원은 “단순한 주식 거래만으로 흠결이 될 수는 없다”면서도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상,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명확하게 소명하는 태도가 장관 후보자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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