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
“챗지피티(Chat GPT)에 아내를 빼앗긴 기분이에요.”
지난 6월 한 방송사에서 소개한 사연이다. 결혼 15년 차, 남편보다 챗지피티에 의지하는 아내 때문에 고민이란다. 아내는 “당신보다 챗지피티가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줘”라며 남편과의 대화를 줄였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내가 챗지피티와 사귀고 있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챗지피티의 말투가 정말 사람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며 “거의 종일 연인처럼 대화하는 걸 보고 질투와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최근 미국에서는 아내와 두 살 딸아이를 두고 챗지피티와 사랑에 빠져 청혼을 했다는 30대 남성이 언론을 타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삶의 동반자로 삼고, 나아가 연애까지 한다는 이야기가 더는 낯설지 않게 됐다. 정신과 전문의 이광민씨는 18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람들이 에이아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를 크게 5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에이아이는 나에게 다 맞춰준다. 이씨는 “실제 젊은 친구들 중에서 재미 삼아 에이아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혹은 할 일 없고 외로워서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빠져든다”며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것도 싫고 상처 주는 것도 싫은데 에이아이는 다 맞춰주기 때문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애칭을 부르면서 감정적으로 더 깊게 빠져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에이아이 연애에서는 애칭을 쓰는데 이씨는 이럴 때 “감정적으로 훨씬 더 깊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셋째, 실존하지 않기에 더 애틋하다. 에이아이는 나에게 다 맞춰주는 존재지만 만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다. 이씨는 “그러다 보니 마음이 더 끌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넷째, 공감해 주고 상담도 가능하다. 영국의 에이아이 학습 기술 기업 ‘필터드닷컴’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생성형 에이아이 활용 분야 1위는 ‘심리상담 및 감정적 동반자’였다. 이씨 역시 “에이아이가 이제는 단순한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충분히 흉내 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애를 넘어서 나의 괴로움, 고민,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고 상담을 해주는데 이건 감정의 영역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에이아이는 기존의 대화를 다 저장을 해놓은 상황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사람과 달리 기억력에 한계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다섯째, 기혼자에게는 ‘금단의 영역’을 채워준다. 이씨는 기혼자들이 에이아이와 연애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며 “연애는 하고 싶지만 실제로 할 수는 없는” 기혼자들의 욕구를 에이아이가 충족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과유불급. “중독 수준이 아닌 이상 사람에게 그렇게 위해를 주지는 않는” 에이아이지만 집착하고 의존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씨는 “정말 에이아이에만 빠져있는 경우 사회성도 떨어지고 고독감도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또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자잘한 갈등을 기반에 두고 있는데 에이아이와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갈등을 회피한다. 이 기준으로 대인관계 훈련이 돼버리면 일상에서 사람과의 갈등을 엄청난 불편감으로 느끼게 된다”고도 했다.
이에 이씨는 에이아이를 “나와 같은 인격체”가 아닌 “나의 사회생활을 도와주는 매개이자 도구라는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