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이씨는 생후 9개월 만에 안구에서 암이 발견돼 4년간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두 살 때 시력을 잃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심장 판막 수술 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시각장애인이었던 아버지가 이씨를 홀로 보살폈다.
이씨는 시력은 잃었지만 웃음은 잃지 않는 밝은 청년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을 돕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장애인 복지 업무를 하거나 아버지를 도와 안마사로 일했다. 이씨는 특히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찾아주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유족은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던 이씨가 다른 생명을 살리고 그 몸속에서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씨는 장기 기증 서약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평소에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좋은 일을 하고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동진아,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마하고 같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 이젠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해 아들.” 이씨의 아버지 이유성(57)씨는 아들에게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최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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