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기간제 교사 A씨가 14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교 1등 학생 엄마가 교사와 짜고 학교에 침입, 시험지를 상습적으로 빼돌린 초유의 학사 부정이 터졌다. 수시가 대입 주류인 실정에서, 입시 당락을 좌우하는 교내 시험이 이렇게 엉성하게 관리됐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2018년 숙명여고 사건 이후로도 끊이지 않는 문제 유출을 근절할 근본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경북 안동시 여고에서 일어난 사건 전모는 이렇다. 3학년 학생 모친이 전직 기간제 교사(과거 담임)와 공모해, 10여 차례 학교로 들어가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냈다. 범행은 2년 반 동안 이어졌다. 덕분에 해당 학생은 1학년 때부터 전교 1등을 도맡았다. 교사는 과거 이 학생의 과외를 담당(학원법 위반)했으며, 시험지 유출 대가로 거액의 사례금까지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 부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사는 학교를 옮긴 후에도 지문 인식을 통해 경비시스템을 통과했는데, 학교 측은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시스템 오류로 비상벨이 울려 덜미를 잡혔다. 시설 관리를 맡은 행정실장도 범행에 가담했다. 돌발상황이 없었다면 학생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전교 1등으로 졸업해 좋은 대학에 갔을 것이다.
현직 교무부장이 딸들을 위해 시험 답안을 빼낸 숙명여고 사건 이후, 교육당국이 상피제(교사가 자녀 학교에 근무하지 못함) 도입 등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유사 사건이 이어졌다. 2022년 광주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무실에 침입해 문제를 빼돌렸고, 지난해 부산에서는 교사가 방과 후 수업을 듣는 일부 학생에게 기말시험 서술형 문제를 알려준 사건이 발생했다.
2026학년도 입시에서 수시 모집 비중은 전체 정원의 80%에 이른다. 내신을 잡기 위한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학교의 부실 관리는 입시 제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교육당국은 각 학교 시험 관리 실태를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숙명여고 사건 주범이 단순 업무방해죄(5년 이하 징역) 적용을 받아 징역 3년에 그쳤다는 전례를 감안, 시험문제 유출의 경우 형량이 강화된 별도 죄로 의율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