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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노태우 비자금 환수 의지 밝힌 법무장관-국세청장 후보자

동아일보 신광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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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저승사자라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실력 발휘 한번 해야 하지 않겠어요?”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국회의원이던 지난해 7월 강민수 당시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하며 했던 말이다. 서울청 조사4국장 출신인 임 후보자는 그 후 1년 만인 16일, 강 청장이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노태우 비자금 추적 의지를 밝혔다. 같은 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의 비자금 환수 주문에 “명심하겠다”고 했다.

▷노태우 비자금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2심에서 꺼내든 카드였다.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사돈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 측에 300억 원을 줬고, 그게 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주장이었다. 노 관장 측은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선경 300억 원’이라고 쓴 메모와 함께 SK 명의 약속어음 관련 사진 자료를 증거로 냈다. 이게 인정되면서 1심에서 660억 원이던 노 관장의 재산 분할액이 1조3800억 원으로 크게 불었다.

▷최 회장 측은 재판에서 “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 측 요구로 품위 유지비를 제공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최 선대 회장을 보좌했던 손길승 전 SK 회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퇴임 후에도 생활비를 지속 제공한다는 증표로 300억 원을 요구해와 어음으로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또 사실이 아니지만 설령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전 재산이 5억여 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불과 3년 만에 60배나 되는 돈을 사돈에게 줬다는 건 합법적 방식으론 거의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심 판결로 노 관장의 재산분할금이 20배 넘게 오르자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노태우 비자금이 모두 추징된 줄 알았는데 노 관장의 주장대로 만약 300억 원이 실제 존재한다면 불법 비자금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이런 점에서 국민적 분노가 촉발되기도 했다. 대통령 비자금이란 게 기업들에서 상납받은 불법 자금인데 그 돈이 증여세도 안 낸 딸의 재산 기여분으로 귀결되는 게 정당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노태우 비자금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전방위적 계좌 추적을 벌여온 데다 국세청까지 증여세 상속세 문제를 파헤칠 기세다. 대법원도 비자금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본 2심 판결이 타당한지 심리에 착수했다. ‘비자금’ 300억 원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됐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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