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에 막힌 도로 17일 시간당 114.9㎜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충남 서산시의 한 국도가 야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에 막혀 있다. 서산 | 성동훈 기자 |
충남 서산시는 17일 시간당 최대 114.9㎜의 비가 내렸다. 석남동 주민 정구숙씨(57)는 “어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에는 빗줄기가 굵어졌고 새벽 내내 거세게 내렸다”며 “서산에 30년 살면서 이렇게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새벽에 내린 호우로 서산시내와 인접한 석남동 도로가 급속히 침수됐다. 오전 3시59분께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탑승자 3명을 구조했지만 다른 침수 차량에서 60대 남성, 인근 도로변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각각 차량을 운행하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석남동과 옆 동네인 석림동은 논밭과 주택, 도로가 대부분 침수돼 저수지를 연상케 했다. 두 지역을 지나는 정지천에는 범람 경보가 내려졌다.
고립됐던 주민 17일 오전 충남 공주시 유구읍 한 마을이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주민 50여명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충남 전역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공주소방서 제공 |
이틀 새 378㎜의 폭우가 쏟아진 당진시에서도 80대 남성이 침수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에도 물난리를 겪은 당진시장도 새벽 한때 허리높이까지 물에 잠기면서 초토화됐다. 한 상인은 “지난해보다 피해가 더 심각하다. 시에서 대책도 안 세우고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군도 358.9㎜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내포신도시 도심 도로변 일부가 침수되고 차량 여러 대가 고립됐다. 청양군에서는 대치면 주정리에서 산사태가 민가를 덮쳐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공주시에선 배수로를 정비하던 주민 등 4명이 폭우에 쓸려내려온 토사에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단기간에 쏟아진 많은 비로 인한 농어민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번 폭우로 닭 5만500마리와 돼지 200마리가 폐사하고, 1만2509㏊에 달하는 농작물이 침수됐다. 황기연 서산 팔봉어촌계장은 “해미면 양림리에 있는 팔봉산에서 내려오는 수로가 범람해 인근 농경지가 결딴났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바닷물 염도가 갑작스럽게 낮아져 바지락 집단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산 성동면 원봉리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김대수씨(40)는 “지난 새벽에 수시로 하우스를 찾아 상황을 살폈다”며 “아직 하우스가 잠기진 않았는데 18일까지 거센 비가 이어지면 잠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바다 된 상가 정체전선의 남하로 광주·전남 지역에도 집중호우가 쏟아진 17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인근 상점에서 한 시민이 물을 퍼내고 있다. 연합뉴스 |
305㎜의 폭우가 쏟아진 충북 청주 미호강과 지천인 병천천 등의 범람 우려로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이곳은 2년 전 여름 침수 피해가 발생한 데다 오송 참사가 난 미호강교가 근처에 있어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최병일 환희1리 이장은 “비가 무지하게 내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새벽 2시부터 병천천 수위가 올라가더니 마을입구 다리 위까지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히 안내방송을 하고 저지대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켰다”며 “다행히 주택 침수는 없지만 밭과 축사 등이 물에 잠겨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미호강 범람 위기로 2년 전 14명이 숨졌던 궁평2지하차도도 통제됐다. 충북도는 오전 10시30분부터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고 우회도로인 오송1교차로 등으로 차량을 안내했다.
강정의·이삭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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