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 1일 대전 국립현충원의 고 채수근 상병 묘역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해병 특검이 경찰에 이첩된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 초동 조사 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하는 데 관여한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박모 총경을 소환 조사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박 총경은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이첩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병 특검은 전날 박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2023년 8월 2일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조사 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과장인 이모 경무관과 연락해 회수 관련 논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과 경찰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 10일에는 박 총경을 압수 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특검에서 “(상관인) 이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이 경무관에게 채 상병 사건 기록 반환을 검토해 보라고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비서관이 이첩된 기록의 반환·회수를 검토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특검 조사를 받은 이 경무관도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대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기록을 경북청에 이첩했는데,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기 위해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기록 회수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그해 7월 31일 열렸던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 전 사단장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VIP 격노’ 이후 수사 외압이 시작됐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비서관은 임 전 사단장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특검은 조만간 이 전 비서관을 불러 이첩 기록 회수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이와 관련한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한 군법무관 출신 법조인은 “대통령 격노 이후 이어진 일련의 지시와 이행이 ‘수사 외압’에 해당하는지는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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