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대장, 장애 딛고 우뚝 선 인간 승리의 표상”…4주기 산악문화제

장애인 세계 최초이자 한국인으로는 7번째로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에 성공한 고 김홍빈 원정대장. 김홍빈 평전 갈무리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이자 한국인으로는 7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와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으나 끝내 생환하지 못한 고 김홍빈 원정대장을 기리는 자리가 고향 광주 무등산자락에서 열린다.

(사)김홍빈과 희망만들기는 “19일 광주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에서 김 대장 4주기 산악문화제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이 행사는 4주기 추모식과 함께 지난달 20일 대한체육회가 출간한 김 대장 평전 ‘도전과 나눔의 희망전도사 김홍빈’을 동료 산악인과 광주시민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오전 추념식에 이어 오후 1시∼3시 북콘서트를 한다.

평전은 1991년 북미 최고봉 데날리(해발 6194m)에서 조난사고를 당해 동상으로 양 손가락을 모두 잃고도 등반을 포기하지 않은 김 대장의 치열했던 삶이 담겼다. 2008년 남극 최고봉 빈슨(4892m)을 함께 오른 정후식 전 광주일보 논설주간과 1998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62m)를 등반한 문종국 선앤문등산학교장이 공동 집필했다. 김 대장이 고산 등반 도중 독수리 타법으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남긴 일기장과 원정 일지, 7대륙과 히말라야 원정 과정에서 수집한 영상 자료를 토대로 선후배 산악인들과 후원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더해 완성했다. 열 손가락이 없는 조막손으로 어떻게 ‘죽음의 지대’라고 불리는 만년설 뒤덮인 수직 첨봉들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월출산 시루봉 암벽에서 등반 훈련 중인 김홍빈 원정 대장. 김홍빈 평전 갈무리

평전은 모두 8부로 구성했다. 1부 ‘열네 번째 하늘에서’는 김 대장이 2021년 브로드피크(8047m) 정상에 오르며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뒤 하산 도중 조난사고로 실종되는 과정 등을 담았다. 2부와 3부는 촉망받던 산악인 시절, 데날리에서 장애를 얻고 방황하던 나날을 그렸다. 4부와 5부엔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산으로 돌아가 세계 7대륙 최고봉과 8000m 14좌를 완등하는 순간들이 담겼다. 6부에서는 장애와의 사투, 7∼8부에서는 장애인과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김 대장의 도전 정신을 전한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발간사에서 “김홍빈 영웅의 삶은 단지 산악인의 기록을 넘어, 극복과 나눔, 희망의 상징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정후식 공동 저자는 “김 대장은 역경을 디딤돌 삼아 우뚝 일어선 인간 승리의 표상”이라며 “그의 뜨거운 발자취와 도전 의식을 면면히 기리고 보존할 수 있는 기념관을 건립해 그의 정신에 화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브로드피크가 보이는 히말라야 케이투(K2) 추모언덕에 설치된 고 김홍빈 대장 추모 동판. 김홍빈 평전 갈무리

1964년 전남 고흥군에서 난 김 대장은 1983년 송원대 산악회에 입회하며 산과 인연을 맺었다. 8000m 14좌 도전 횟수는 모두 26회(장애 이후 24회)다. 그는 2015년 네팔 지진으로 성공하지 못한 브로드피크를 오르기 위해 2021년 6월 마지막 도전에 나서 그해 7월18일 오후 4시58분(현지시각) 정상에 올랐다. 김 대장은 이튿날 0시께 홀로 하산하던 중 파키스탄과 중국 국경에 있는 7800∼7900m 지점에서 추락해 실종됐다.

2021년 정부는 김 대장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추서하고 같은 해 대한체육회는 그를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했다. 이듬해 국가보훈부는 ‘국가사회공헌자’로 인정하며 김 대장의 위패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돼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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