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진화위원장, ‘3기 진화위 신속 추진’에 우려 표명

지난 6월10일 진실화해위 제111차 전체위원회가 시작되기 직전 박선영 위원장이 송상교 사무처장(왼쪽) 앞에서 손가락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허상수 위원. 진실화해위 제공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제3기 진실화해위 출범에 대한 우려의 뜻을 간부회의에서 표명했다.

진실화해위 내부에 배포된 지난 9일 주요간부회의 회의록을 17일 보면, 박선영 위원장은 이날 열린 회의에서 “유족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3기 출범보다는 2기 위원회가 연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언은 송상교 사무처장으로부터 전날(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출석 결과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출신인 황인수 조사1국장도 박 위원장과 같은 뜻을 밝혔다. 2기 활동 기간이 연장되면 장관급인 박 위원장 임기도 연장되지만, 3기 출범과 함께 2기 활동이 종료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박 위원장은 16일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회 의원회관과 본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린 뒤 “오늘 내가 국회에 간 이유는 행안위 소속 국힘(국민의힘) 의원님들이 거의 2/3가 바뀌면서 현황보고 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주호영 부의장님부터 박덕흠 의원님, 박수민 의원님, 이달희 의원님을 쭉 뵙고 최근에 우리 진화위법 개정안을 제출해주신 성일종 국방위원장님도 뵈었다”고 만난 의원 이름을 거명했다. 이를 두고 진실화해위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이 국회의원들에게 2기 진실화해위 연장 필요성을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도 나온다. 진실화해위 연장이나 3기 진실화해위 출범은 입법 사항이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16일 올린 페이스북 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을 만났다는 내용을 담았다. 페이스북 갈무리

다만 3기 진실화해위 연내 출범은 대세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3일 “3기 진실화해위 출범을 신속 과제로 선정하고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데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은 ‘12월1일 3기 출범’을 전제로 한 과거사법(진실화해위 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들 법안을 처음 심의한 지난 8일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3기가 출범할 경우 위원 증원과 구성 다각화 방안, 배·보상 심의위원회 설치, 조사대상 규모 추정치에 대한 토론이 비중 있게 이뤄졌다. 회의록을 보면, 이날 기관 대표로 참석한 송상교 사무처장도 3기 출범 내용을 담은 개정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2기 기간 연장에 대한 발언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정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실화해위지부장은 17일 한겨레에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로 ‘3기 위원회 신속 출범’이 명시된 것은,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2기 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공정하고 신뢰받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국민적 염원을 외면한 채 2기 연장을 고집하는 것은 진실규명을 지연시켜 피해자에게 두 번의 상처를 주는 행위와 다름없다. 위원장은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연장 시도를 중단하고, 3기 위원회의 안정적인 출범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박선영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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