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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재용 무죄' 확정 이유는... 검찰의 '불법 승계' 기소 전제부터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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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로 2020년 기소
1·2심 '23개 공소사실에 전부 무죄'
"합병에 부당 목적" 검찰 기소 구조 배척
'위법 압수수색'에 핵심 증거 배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한 목적이 있었다는 검찰의 기소 전제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핵심 증거 상당수도 끝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과 삼정회계법인 관계자 등 13명에 대한 무죄 판결도 전부 유지됐다.

혐의는 크게 두 갈래였다. ①부당 합병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2015년 이 회장이 미전실을 통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지시하며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웠다고 봤다.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회장이 삼성물산 소유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키우려 했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장에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은폐했다고 판단했다. 앞선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나온 판단을 근거로, 이 회장 측이 합병의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을 이끌어내려 했고 이를 위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②분식회계 혐의는, 불법 합병 정황을 숨기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4조5,000억 원대 회계 조작을 저질렀다는 내용으로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합병 여파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질 위험에 처하자, 회계처리 방식을 지분법으로 변경해 기업의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재판 쟁점은 '이번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약탈적 합병이었느냐'로 좁혀졌다. 검찰은 미전실 내부 문건 등을 근거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이 도외시됐다고 주장했지만, 이 회장 측은 "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고, 합병 이후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했다"고 맞섰다.


기소 3년 2개월 만에 나온 1심 결론은 '23개 혐의 전부 무죄'였다. 합병에 경영권 강화를 위한 성격이 있긴 해도 당시 성장 정체를 고민하던 삼성물산이 경영실적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합병을 추진한 측면도 분명하다고 본 것이다. 합병이 부당했다는 전제를 세운 검찰의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을 압박한 과정에서도 이 회장 차원의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2019년 국정농단 사건 판례에서는 '승계 작업을 위해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일 뿐, 구체적인 청탁 여부를 판단한 건 아니란 취지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졌던 분식회계 부분도 무죄로 판단됐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 변경을 '고의 분식'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지만, 1심은 자회사가 판매 승인 등을 고려해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은 타당했다고 봤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일각에선 '위법 수집 증거 문제'를 '전부 무죄' 선고의 결정적 배경으로 꼽는다. 1심은 검찰 제출 자료 약 1만9,000개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을 포함해 증거 3,700여 개에 대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한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2심에서 증거능력이 배제된 파일과 동일한 자료를 다른 저장매체에서 확인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1심 선고 6개월 뒤 서울행정법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 등 문제 회피를 목적으로 회계 처리했다"는 판단이 나온 것을 반영해 공소장도 변경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도 1심과 다르지 않았다. 올해 2월 서울고법 재판부는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검찰을 향해 "수사 어려움과 한계를 보더라도 이러한 중요한 범죄사실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사안에 대해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날 대법원도 7쪽 분량의 판결문으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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