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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우의 AI시대]〈36〉AI와 인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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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계약금,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을 합쳐 최고 1억 달러(약 1380억원)까지 줄 수 있다. 메타에 와서 일해 달라.” 이는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최상위 AI 인재에게 보낸 러브콜이다. 이러한 강력한 인재 유치 노력 덕분에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메타는 GPT-4o를 개발한 오픈AI의 핵심 인력 중 8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애플은 뒤처졌던 AI 경쟁력을 단숨에 만회할 목적으로 검색 기술에 강점을 가진 AI 기업 퍼플렉시티AI 최고경영자(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를 영입하기 위해 140억 달러 규모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스리니바스는 1994년생 인도 출신 AI 엔지니어로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젊은 인재다.

AI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구글도 2014년 데미스 허사비스를 비롯한 최상위급 AI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딥마인드를 인수했고, 이는 알파고 개발과 노벨상 수상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

'AI 인재 전쟁의 서막'이라 불린 딥마인드 인수 이후에도 구글은 최고 수준의 AI 인재 확보에 집중해왔다. 올해는 배런 모한을 비롯한 R&D 인력 확보를 위해 윈드서프에 24억 달러를 투자했다. 차세대 AI 기술을 이끌 인재 확보를 위한 거액 투자는 이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기본 전략이 된 셈이다.

미국과 AI G2 자리를 다투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08년 수립한 천인계획을 통해 7000명이 넘는 해외 우수 인재를 영구 귀국시키거나 단기 초빙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교육부가 주도하는 국제혁신인재협력 프로그램(ICPIT)이나 지방 정부 차원의 인재유치 사업은 이미 한국 석학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연구자를 영입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이제 '기술 중심'에서 '인재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능을 앞둔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방향이 AI·데이터·컴퓨터공학이 아닌, 소위 '의치한약수'라 불리는 의대·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로 쏠리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정된 삶'과 '고소득'이라는 현실적 선택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치열한 글로벌 AI 전쟁 속에서 핵심 인재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는 국가적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기준 한국 학생 중 수학 최상위(레벨 5-6) 비율은 23%로 OECD 평균(9%)의 약 2.5배에 달한다. 우수 인재들이 공학과 AI 분야를 선택하지 않는 현실은 단순히 개인의 진로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약화를 알리는 경고 신호에 가깝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AI 인력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 등도 초·중등 단계부터 AI 기초교육을 정규 교과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AI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사람, 즉 인재다. 우리가 '의치한약수'의 벽을 넘지 못하고, AI 생태계로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AI 대전환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GPU, 데이터센터, 학습 데이터와 더불어 국가대표급 AI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결국, AI 인재 양성이야말로 국가 경쟁력 강화와 AX 대전환의 핵심 열쇠다.

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scotthwangb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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