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판도 바꾼다… 카드사, 생존 전략 모색

서울 시내 한 커피 전문점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뉴스1

국내 카드업계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앞서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카드사들은 공동 연구와 법 개정 건의 등 다각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으며, 글로벌 카드사들은 이미 실사용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다. 결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가능성에 카드사가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카드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협회는 전업 카드사들이 참여하는 스터디부터 시작해 필요하면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할 계획이다. 아직 법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지위나 규제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지 업계에서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금융지주 계열의 카드사는 은행과 함께 특허부터 출원하고 있다. 일찌감치 특허권을 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에 이어 우리카드가 지난 15일 관련 상표 9건을 출원했다. 또한 협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를 겸영업 또는 부수업 항목으로 추가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결제망을 제공하는 카드사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비은행 기업이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유통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마스터카드는 지난 14일 미국 파이서브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FIUSD를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파이서브는 온오프라인 결제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결제서비스 기업이다.

협력을 통해 마스터카드는 법정화폐와 FIUSD 간 효율적이고 원활한 자금전환을 지원한다. 즉 FIUSD나 법정화폐 무엇으로든 마스터카드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 비자도 미국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업(브릿지)과 협력해 스테이블코인(USDC) 연동 직불카드를 출시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 로고.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는 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은 카드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밴(VAN)사 등을 거치지 않고 상점 주인과 1대1로 직접 결제할 수 있다. 중간 매개자에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금융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당국의 카드론 규제로 수입이 줄어든 국내 카드업계에는 분명한 악재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도입과 활성화는 아직 먼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나 규제도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소매 상점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받기 위해서는 코인을 받을 수 있는 지갑(월렛)이 필수라 인프라 구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해외에서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하는 기업의 경우 금융 소비자가 선불금으로 충전한 가상자산을 빠르게 법정화폐로 환전하고 카드망을 통해 결제되도록 운영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사별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당장 뭘 준비하거나 대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협회 측에서 공동 연구를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대가 도래한다면 카드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혹은 어떤 서비스들을 내놓거나 제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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