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사이 520㎜에 가까운 많은 비가 쏟아진 충남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 일대에서 차량들이 침수된 도로와 논 사이에 갇혀 있다.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설명했다. 2025.7.17 서산|성동훈 기자 |
“충남 서산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는데,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은 처음이에요.”
17일 서산시에 시간당 최대 114.9㎜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석남동 주민인 정구숙씨(57)은 “전날(16일)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쯤되니 빗줄기가 굵어졌고 새벽 내내 거세게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벽에 내린 물폭탄 수준의 호우로 서산시내와 인접한 석남동 도로가 급속히 침수됐다. 이날 오전 3시 59분께 석남동의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한 침수 차량에서 탑승자 3명을 구조했지만 다른 침수 차량에서 60대 남성 A씨가, 인근 도로변에서 80대 B씨가 차례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와 B씨 모두 차량을 운행하다가 급격히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집중호우로 석남동과 바로옆 석림동은 논밭과 주택, 도로가 대부분 침수돼 저수지를 연상케했다. 두 지역을 지나는 정지천은 범람 경보가 내려져 인근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이틀 새 378㎜의 폭우가 쏟아진 당진시에서도 당진시장 인근 한 침수 주택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진시장도 새벽 한때 허리까지 물에 잠기면서 초토화됐다. 당진시장은 지난해에도 물난리를 겪은 곳이다. 한 상인은 “지난해보다 피해가 더 심각하다. 시에서는 대책도 안세우고 뭘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군에도 358.9㎜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내포신도시 도심 도로변이 일부 침수돼 차량 여러대가 고립됐다. 280㎜의 누적 강수량을 보인 청양군에서는 오전 10시쯤 대치면 주정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민가를 덮쳐 2명이 매몰됐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공주시에선 오전 7시55분쯤 배수로를 정비하던 주민 등 4명이 폭우에 쓸려 내려온 토사에 매몰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주택 침수 우려에 충남에만 1086명(294가구)의 마을주민이 마을회관 등 인근 대피소로 대피했다가 일부 귀가했다.
이번 폭우로 닭 5만500마리와 돼지 200마리가 폐사하고, 1만2509㏊ 규모에 달하는 농작물이 침수되는 등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도로와 농로 등 56건의 공공시설과 축사·농림시설과 같은 사유시설 등 68건의 시설피해도 났다.
소방당국엔 총 1985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틀 사이 520㎜에 가까운 많은 비가 쏟아진 충남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 일대에서 차량들이 불어난 물에 침수돼 있다 .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설명했다. 2025.7.17 서산|성동훈 기자 |
단기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어민과 농가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황기연 서산 팔봉어촌계장(60대 후반)은 “해미면 양림리에 있는 팔봉산에서 내려오는 수로가 범람해 인근 농경지는 절단(침수) 났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바닷물 염도가 갑작스럽게 낮아져 바지락 집단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집단폐사 현상은 15일 정도가 지나서야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논산 성동면 원봉리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김대수씨(40)는 “지난 새벽에 수시로 하우스를 찾아 상황을 살폈다”며 “아직까지 하우스가 잠기진 않았지만 인근 배수가 제대로 되질 않는 등 18일까지 거센 비가 이어진다면 잠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틀 사이 52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쏟아진 충남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 일대에서 한 어르신이 침수된 논을 살펴보고 있다.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설명했다. 2025.7.17 서산|성동훈 기자 |
충북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308㎜의 폭우가 쏟아진 충북 청주 미호강과 지천인 병천천 등의 범람 우려로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이곳은 2년 전 여름 침수 피해가 발생한 데다 오송참사가 난 미호강교가 근처에 있어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최병일 환희1리 이장은 “비가 무지하게 내려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며 “새벽 2시부터 병천천 수위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마을입구에 있는 다리위까지 차가 다닐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급히 안내방송을 하고 저지대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켰다”며 “오후 2시부터 하천의 수위가 천천히 낮아졌다. 다행히 주택 침수는 없지만 밭과 축사 등이 물에 잠겨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미호강 범람 위기로 2년 전 14명이 숨졌던 지방도 508호선 궁평2지하차도도 통제됐다. 금강홍수통제소가 이날 오전 10시쯤 미호강 미호강교 지점에 홍수경보를 발령하자 충북도는 오전 10시 30분부터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고 우회도로인 오송1교차로와 신촌2교차로로 차들을 안내했다.
침수피해도 잇따라 청주 북문로 등 도로 40곳, 청주 율량동 등 주택 8채, 청주 서원구 산남동 등 지하주차장 8곳이 침수됐다. 충북소방본부에는 이날 청주를 포함해 진천과 증평등 도내 곳곳에서 129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도 집계에서 증평 271㎜, 괴산 251㎜, 진천 222.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하천범람 우려로 47개 마을 297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옥산면 환희리 병천천 일부 구간이 범람해 마을 주민 10명이 환희1리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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