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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없는 날'은 대안이 아니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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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혁신을 만들고 혁신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편리함을 준다. 주 7일·새벽 배송이 바로 그 사례다. 한국소비자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40개 주요 소비시장 대상으로 주7일·새벽배송 부문이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71.8점으로 1위였다. 혁신이 소비자 편의와 신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같은 시장의 긍정적 평가에 힘입어 현재 주7일 배송 체제를 도입했거나 준비 중인 기업은 쿠팡을 시작으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네이버 아르고, SSG.com, 마켓컬리 등 7개다.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은 받아들여야 한다. 소비자의 주말 주문 수요는 멈추지 않으며 구매 시점과 수령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을 최소화 해달라는 요구도 커졌다. 이런 변화는 소상공인에게도 긍정적이다. 주말에도 상품을 출고할 수 있어 제품 판매 회전율이 높아진다. 이는 유통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주 7일 배송 확산이 주 7일 노동으로 귀결되는 현장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4월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보장 및 과로사 방지 대책 촉구에 관한 청원' 글이 올라온 지 약 한달 만에 '동의'가 5만명을 넘어섰다. 기업의 수익성과 종사자의 건강권은 갈등 관계가 아닌 상호 의존적 보완 관계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양자 간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쿠팡과 컬리를 뺀 대부분 택배사들은 2020년부터 8월 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정해 택배기사들이 쉴 수 있게 하지만 이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 주7일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구조에서 1년에 하루 쉰다고 피로가 해소되긴 어렵다.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려면 '주7일 배송-주5일 근무' 체계를 뿌리내려야 한다.

쿠팡과 컬리는 그런 구조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 기업은 주7일 배송을 몇 년 동안 운영하며 자체 물류망과 고용 구조를 바탕으로 인력 운영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특히 쿠팡은 주말 물량이 평일 수준으로 분산돼 있고 배송 조 내 대체 인력이 아닌 본사 차원의 백업 인력을 미리 배치해 주4~6일 일하고 휴무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컬리도 정규직 배송 인력에 대해 주5일 근무 원칙을 유지하고 지입 기사가 주7일 연속 일하지 않게 관리한다.


주7일 배송은 시대적 요구이자 유통 산업의 필연적 진화다. 그러나 이 변화가 누군가의 무한 노동에 기댄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윤리적이지도 않다. 사람을 더 쓰지 않는 대신 배송과 노동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유통 서비스의 진정한 진화는 소비자의 편익, 노동자의 권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축 위에서 유지될 수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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