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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小不忍則亂大謀(소불인즉란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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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과하지욕(跨下之辱, 跨: 바짓가랑이 과, 辱: 욕될 욕)’이란 말이 있다. ‘바짓가랑이 아래로 기어가는 욕됨(수모)’이라는 뜻이다. 유방(劉邦·BC ?~195)을 도와 중국 한나라 건국에 큰 공을 세운 한신(韓信, BC ?~196)은 청년 시절에 불량배들에게 잡혀 “바짓가랑이 아래로 기어가라”는 위협을 받았다. 이에, 한신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들의 명령을 따랐다. 다른 날, 친구가 “어찌 그런 치욕을 감내할 수 있느냐?”고 묻자 “무시하면 되니까”라고 답했다. 미친개와는 시비 다툼을 벌이는 것 자체가 창피스러운 일이고, 만일 대항하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건 더 큰 낭패라는 게 한신의 생각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진즉부터 염려한 공자는 “간교한 말은 덕을 어지럽히고, 작은 일을 못 참으면 큰 도모(일)를 어지럽힌다”고 경계했다. 작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순간, 속은 잠시 시원할지 모르나 일은 이미 그르침을 설파한 것이다.

忍: 참을 인, 亂: 어지러울 란, 謀: 꾀(꾀할) 모. 작은 일을 못 참으면 큰 도모를 어지럽힌다. 27x65㎝.

忍: 참을 인, 亂: 어지러울 란, 謀: 꾀(꾀할) 모. 작은 일을 못 참으면 큰 도모를 어지럽힌다. 27x65㎝.


순간적으로 치미는 분노를 조절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능히 조절하는 사람이라야 큰일을 해낼 수 있다. 의기 즉 의로움을 추구하는 강한 기상은 정의로운 큰일을 위해 횃불처럼 발휘하는 것이지, 좀팽이들의 하찮은 수작에 대해 파르르 화를 내는 가벼운 맞대응이 아닌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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